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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동네 탐색놀이
2011-11-25

낯선 동네에 가는 걸 즐기는 편이다. 주변 친구들은 여행가는 걸 좋아하는 거냐고 묻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산책이라 하기엔 또 거창한 그 무엇이다. 새로운 동네를 굳이 찾아가서 새로운 가게라든가 혹은 나만 아는 장소를 찾는 일에 나름대로 희열을 느낀다. 이사를 가도 일주일은 동네를 서성이며 나만의 공간을 찾는 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커피가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에서 우연히 커피가게라도 찾으면 한동안 그곳만 가기도 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스스로 단골이라고 칭하며 앞으로 그곳만 가겠다고 다짐도 한다. 물론 이사가면 거의 가진 않지만. 그래서 굳이 여행을 가더라도 여행객이 가지 않는 동네를 주로 돌아다니는 편이다.

3년 전 일본 여행(사진)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이라고 해서 다녀왔는데 내가 간 곳은 동네만 간 것 같다. 일본 동네 이곳저곳을 돌다가 절대 가게라곤 보이지 않는 곳을 헤매다가 짠! 하고 무엇을 파는지도 알 수 없는 가게가 나타나기도 했다. 고양이 장식품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아무튼 그곳의 할머니가 내가 지쳐 보였는지 차 한잔을 건네서 잠시 쉬어가기도 했으며, 걷다걷다 대학 캠퍼스에 들어간 김에 학생마냥 앉아 있다 가려 했는데 행색이 여행객이요라고 써 있어서 그런지 학생한테 샌드위치를 얻어먹고 오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찍은 사진들은 전부 골목 사진뿐이고, 남은 건 멍든 발톱이었다. 그래서 여행이라고 말하기에는 아는 게 없다.

서울에 상경해서 가장 좋은 것은 아무리 다녀도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정말 가끔 지인을 만나는 것을 제외하고) 영화를 혼자 봐도, 혼자 밥을 먹어도 너무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주말이 되면 가끔 다른 동네를 가곤 한다. 한번 가서 끝인 곳도 있지만 생각날 때마다 가는 동네도 있는데 어느 동네 카페 언니는 몇달에 한번 갈 때마다 오랜만에 온다며 반겨주기도 한다. 모르는 곳에 갔을 때 나를 낯선이로 대해주다가 점점 친해지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익숙한 이곳을 벗어나면 새로운 게 있다고 믿는 것일까? 섬에 살아서 그런지 그런 로망이 있는 것 같다. 정작 내가 살았던 제주도는 잘 모른다. 지금도 집에 가면 쿡TV를 끼고 살 정도니까. 절대 나가지 않는다. 항상 말하지만 “나한테 물어보는 것보다 여행책자나 블로그가 더 잘 알려줄 거야”라고 한다.

하지만 이젠 서울이 일상이 되어가니 슬슬 제주도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제주도 주민이 아닌 여행객으로 한번 관심을 가져야겠다. 일단 동네 탐색부터 해보고.

글 강선미 <씨네21>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