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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 인터뷰
2002-01-16

“노인 분장하고 스타벅스 갔더니 자리를 양보했다”

"내 `자살성 흡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 있소?” 길게 곱슬진 머리에 다소 육중해진 몸집으로 성킁성큼 걸어 들어온 러셀 크로는 의례적인 인사말 대신 담배에 대한 선언에 가까운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존 내시의 예민함과 막시무스의 기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이 서른여덟의 배우는 질문의 의도가 명확지 않은 경우엔 역질문을 던져 취재진을 당황시키기도 했고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질문에는 과감하게 `다음!`을 외쳤다.-존 내시를 직접 만났었나.=일부러 만나고자 했던 건 아니고 그가 세트로 찾아와서 보게 되었다. 한 15분쯤? 그 시간도 우리는 단 하나의 질문과 대답을 나누었을 뿐이다. 나는 단지 “커피나 차 중에 뭘 마시겠냐”고 물었고, 그가 대답을 마치는 데는 15분 넘게 걸렸다. “만약 내가 커피를 먹겠다면 블랙인지 크림과 설탕을 넣을 건지, 블랙이라면 어디서 만든 커피인지, 또 크림과 설탕을 넣을 거라면 그것이 어떤 종류인지, 만약 내가 차를 마실 거라면, 음… 차는 준비하는 게 커피보다 까다롭지, 그렇다면 원산지가 어디인지, 스리랑카? 인도? 북인도? 만약 인도에서 자란 차라면 브랜드는 어떤 걸로? 그냥 마실 건가? 라임을 넣나? 우유를 넣을 건가? 우유를 넣는다면…” 식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만남이 나에게는 그 어떤 자료보다 유익하게 다가왔다. 결국 대답 중 일부는 영화 속 대사로 집어넣었다.-어떤 식으로 역할을 준비해 나가나.=나는 실질적으로 캐릭터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다. 즉 공부하고 조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거다. 사생활로 들어가지 않고도 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때론 무심한 관찰이 몇 무더기의 자료들보다 훨씬 가치있을 때도 있다.- 존 내시의 다소 특이한 걸음걸이, 행동이나 말투는 어떻게 만들어내게 되었나.=특별할 게 없다. 정신분열증을 가진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동이다. 조금 위축된 듯한 눈빛과 걸음걸이는 몇몇 케이스에서 보았던 거다. 사실 그의 젊은 시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진도 녹음도 어떤 물리적 자료도 없다. 실비아 나사르의 책을 읽긴 했지만 결국은 새로 만들어내는 것과 다름 없었다. 말투는 그가 웨스트 버지니아 태생이라 그곳 악센트를 살리는 가운데 그가 이후 동부쪽에서 오랫동안 공부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억양보다는 끊임없이 정리해나가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의 말투였다.-노역이 어렵지 않았나.=오히려 쉬웠다. 젊은 그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가 없지만 늙은 그는 지금 살아서 우리 앞에 있으니까. 느리게 걷고, 느리게 말하고, 다 그처럼 했다. 하루는 노인 분장을 하고 학교 근처 스타벅스에 갔었는데 사람들은 내가 진짜 노인이라고 생각했는지 자리를 양보할 정도였다. 하하. 그런데 한 학생이 갑자기 이러는 거다. “헤이, 러셀 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웃음)▶ 골든 글로브 `최다 노미네이트`<뷰티풀 마인드> 미리보기▶ <뷰티풀 마인드>의 감독 `론 하워드` 인터뷰▶ <뷰티풀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