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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킬러들의 수다' <와일드 타겟>

영국판 <킬러들의 수다>라는 설명이 가장 쉽겠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미중년 킬러 빅터 매이너드(빌 나이)는 경력에 비해 지나치게 감수성이 풍부하다. 목표물이 키우던 앵무새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집에 데려올 정도니. 그런 그에게 가짜 렘브 란트 자화상을 팔아치운 사기꾼 로즈(에밀리 블런트)를 처리해달라는 청부가 들어온다. 문제는 로즈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4차원 처녀라는 사실. 빅터에게 로즈는 도리어 주당 3만파운드의 보디가드 일을 제안하고, 빅터는 얼떨결에 일을 승낙한다. 이때부터 빅터와 로즈의 옥신각신, 알콩달콩 러브스토리에 불이 붙는다. 여기에 절묘한 순간마다 빅터와 로즈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킬러 견습생 토니(루퍼트 그린트)의 좌충우돌까지 곁들여지면서 삼각구도의 로맨틱 케이퍼 무비가 만들어졌다.

<와일드 타겟>의 주된 매력은 매너 넘치는 유머다. 도청장치 너머로 들리는 사랑 행각의 신음에 공연히 총만 만지작거리는 빅터와 자신을 죽이려는 상대에게 총에 맞아 떨어진 귀를 보존할 얼음을 챙겨주는 토니는 망가질 때조차 젠틀맨이다. 거기다 목표물과 사랑에 빠진 아들을 대신해 거침없이 식칼을 휘두르는 매이너드 부인, 포푸리를 과자인 줄 알고 씹어 먹는 일자무식 청부살인업자도 저렴한 웃음을 더한다. 이는 코미디 중심으로 필모그래피를 꾸려온 감독 조너선 린의 주특기 분야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신선한 조합도 돋보인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나체로 기타를 주물렀던 빌 나이, 여전히 론 위즐리의 우왕좌왕이 몸에 밴 루퍼트 그린트, 홈스의 든든한 지원군 왓슨에서 말 그대로 백치미를 드러내는 킬러로 둔갑한 마틴 프리먼.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한번쯤 기웃거리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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