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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공포영화의 전통과 아메나바르
2002-01-18

`고어`의 영화사에서 튀어나온 이단아

한국에서 유럽 호러는 난공불락의 성이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 몇편과 프랑스 에로틱 호러의 거장인 진 롤린의 <악령의 늪>(이건 졸작!)이나 이제 중견이 된 미켈레 소아비의 <아쿠아리스>, 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 등을 겨우 만날 수는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한 유럽 공포영화의 정수인 루치오 풀치, 움베르토 렌치 등의 고어영화는 스웨덴에서 80년대 초반까지 ‘도덕적 패닉’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금지된 적이 있고, 영국에서는 아직도 일부 작품이 금지되고 있다.

이성이 지배하는 유럽에서, 70년대와 8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마리오 바바, 다리오 아르젠토, 루치오 풀치, 프랑스의 진 롤링, 스페인의 아만도 데 오소리오와 호르게 그라우 등이 고어와 카니발리즘 그리고 광기로 요약되는 유럽 공포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 영화들은 바다를 건너 브라이언 드 팔마, 기예르모 델 토로, 쿠엔틴 타란티노, 리처드 스탠리, 로버트 로드리게즈 등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 공포영화의 출발점은 영화사에 기록된 것처럼 1919년 비네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과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지만, 이후 오랜 세월 전통이 끊기고 말았다. 전통의 복원은 57년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프레다가 <뱀파이어>(The Vampires, 1957)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60년대 이탈리아에서는 ‘푸메티’라고 하는 만화의 독자들이 좀더 성인 취향의 내용을 원하게 되면서 섹스, 죽음, 욕망이라는 소재와 주제로 가득한 작품들이 선보이게 된다. 이런 경향은 영화로 넘어와 ‘giallo’(이탈리아어로 ‘노란색’이라는 뜻)라는 상업적인 장르로 흘러간다. 마리오 바바, 다리오 아르젠토, 루치오 풀치로 대표되는 스파게티 호러는 ‘giallo film’의 최강군단이었다. 프레다의 조감독이었던 마리오 바바는 60년 <Mask of Satan>으로 공식적인 감독 데뷔를 했고, 관객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자리를 잡았다. 69년에는 폭력적인 스릴러와 도발적인 호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가 <Bird with the Crystal Plumage> 로 데뷔했다.

70년대는 유럽 호러영화의 전성기였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1977)가 나왔고, 조지 로메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루치오 풀치의 <Zombie Flesh Eaters7gt;는 이탈리아 좀비영화의 효시가 되었으며, 움베르토 렌치는 이탈리아 최초의 카니발리즘 영화로 알려진 <Man from Deep River>(1974)를 만들었다. 루게로 데오다토는 몬도영화의 전통 속에서,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도발적이고 가장 잔혹한 영화의 한편임이 분명한 <Last Cannibal World>(1977)와 <Cannibal Holocaust>(1978)를 만든다.

80년대는 루치오 풀치가 독창적인 고어영화 <City of the Living Dead>(1980), <The Beyond>(1981) <House by the Cemetery>(1981) 등을 만들었고, 움베르토 렌치도 <카니발 홀로코스트>의 영역에 있는 선정적인 <Cannibal Ferox>(1981) 등을 발표했지만 화려했던 유럽 공포영화의 시대는 사그러들고 있었다. 고어보다는 서스펜스를 앞세운 공포영화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싸구려’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카를로 반치나와 조 다마토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 경향은 90년대로도 이어져, 주류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약한’ 공포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왔다. 그러나 다리오 아르젠토와 마리오 바바의 아들이며 <데몬스>를 만든 람베르토 바바, <아쿠아리스> <델라모테 델라모레>의 미켈레 소아비 그리고 제스 프랑코와 진 롤린 등이 여전히 고어와 에로티시즘 코드를 활용한 ‘쎈’ 공포영화를 만들고 있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떼시스>를 보면, 유럽 공포영화의 숨결을 약간 느낄 수 있다. 공포영화와 데스 메탈에 몰두하는 청년의 일상에서, 일부에서 비난받는 공포영화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메나바르는 직접 ‘고어’를 연출하지는 않는다. 아메나바르의 스타일은 고어보다 서스펜스에, 호러보다 스릴러에 경도되어 있다. <디 아더스> 역시 할리우드의 세련된 공포영화와 히치콕을 떠올리게 한다. 신세대인 아메나바르는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 고어의 전통보다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고전적인 ‘공포’영화에 젖줄을 대고 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 창백한 서스펜스의 재동, <디 아더스>의 아베나바르를 만나다

▶ 유럽 공포영화의 전통과 아메나바르

▶ <디 아더스> 들고 내한한 아메나바르 인터뷰 (1)

▶ <디 아더스> 들고 내한한 아메나바르 인터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