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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이 알을 깨고 나오는 방법 <줄탁동시>

여기 한 소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준(이바울). 탈북자 1.5세대로 남한으로 넘어오던 중 어머니를 여의고, 다른 여자와 새살림을 차린 아버지와도 헤어져 혈혈단신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주유소 아르바이트와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가 그의 주요 생계수단이다. 하지만 그는 <무산일기>의 승철처럼 순박함을, 미련함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는다. 그는 딱 그를 대하는 세상만큼 약았다. 주유소에서 함께 일하는 동포 순희(김새벽)가 저지른 실수를 자신이 떠안을까봐 “쟤가 그랬어요”라고 말하고, 순희를 어떻게 해보려는 음흉한 사장에게는 신고해버린다고 협박까지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는 이쪽 사람도 저쪽 사람도 아닌 경계인일 뿐이다.

여기 또 한 소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현(엄현준).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몸을 파는 게이 소년이다. 성훈(임형국)도 아마 그렇게 만났을지 모른다. 부유한 펀드매니저인 성훈은 그에게 자신의 초고층 오피스텔을 거처로 내주며 그를 먹여주고 재워준다. 하지만 성훈의 집착과 히스테리가 심해지면서 그곳도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변해간다. 가진 자의 지리멸렬한 사랑놀음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을 뿐인 현. 그는 다시 전처럼 모텔방, 노래방을 전전하고, 의미없는 사랑의 거래는 계속된다. 소년의 마음도, 육신도 안식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떠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의 두 소년이 서로 만나는 것은 3부에 이르러서다. 그제야 <줄탁동시>라고 제목이 뜬다. 여기부터가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감독의 화살표다. 제목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으로 동시에 껍질을 쪼아줘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준과 현이 껍질을 깨고 서로를 마주하는 이미지로도, 두 소년이 한계를 뚫고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이미지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속박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살이 선택될 때 영화는 나쁜 길로 빠진다. 그들의 죽음을 실제적인 것인지 상징적인 것인지 불분명하고 무책임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두 소년의 자살은 그들의 갑작스런 만남, 그들이 쌍둥이라는 설정에 대한 설명이 생략돼 있기 때문에 더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부당거래는 영화의 구성의 묘에서도 발견된다. 감독의 말에 의하면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3부에서 출발해 2부, 1부로 뻗어나온 것이다. 인물도 3부의 준/현이 줄기세포라면 1부의 순희는 필요에 의해 분화한 캐릭터다. 문제는 그 순희가 폭력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감독의 분신인 준/현에게 죽음은 일종의 연극일 수 있다. 하지만 임진강에서 준과 헤어져 어디론가 흘러갔을 순희에게는 어떨까.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영화도 그녀의 두려움과 끝내 대면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가 어딘지 비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얼굴 없는 것들>과 <청계천의 개>로 충격을 선사했던 김경묵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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