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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뻐꾸기 시계’ 너머의 스위스
장영엽 2012-03-08

<Reflections from Nature: 스위스 젊은 작가전>

샤퓌자 형제, 송은 아트스페이스 설치 전경 사진, 나무, 가변사이즈, 2012 All art worksⓒLes freres Chapuisat, All rights reserved

장소: 송은아트스페이스 일정: 4월21일까지 문의: 02-754-7749

“이탈리아에선 보르지아 치하 30년간 전쟁, 테러, 살육, 학살을 겪었지만 미켈란젤로, 다빈치, 전쟁, 테러, 살육, 학살을 겪었지만 미켈란젤로, 다빈치, 르네상스를 만들었어. 형제애를 가진 스위스에선 500년간 민주주의와 평화를 가졌지. 그런데 그들은 뭘 만들었나? 고작해야 뻐꾸기 시계라네.” <제3의 사나이>의 그 유명한 대사다. 아마도 영화팬들은 오슨 웰스의 이 대사 때문에 스위스를 온순하고 평화로운 나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스위스는 뻐꾸기 시계뿐만 아니라 현대 예술계를 요동시킨 큰 인물들을 양산해냈다. 파울 클레, 르 코르뷔제, 알베르토 자코메티, 장 팅겔리가 모두 이 나라 사람들이다. 현대미술 역사상 가장 반골적인 예술운동으로 손꼽히는 다다이즘 또한 스위스를 거점으로 전파됐다. 분명한 건 서유럽과 차별화되는 예술의 한 줄기가 스위스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이고, 그 영향이 멀고먼 동방예의지국 한국까지도 이미 깊이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미술을 낯설다고 느끼는 건, 단지 정서적 거리감 때문일 수 있다는 얘기다.

<Reflections from Nature: 스위스 젊은 작가전>은 한국과 스위스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스위스 작가 네명의 작품 20여점이 소개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형제 아티스트 그레고리 샤퓌자와 시릴 샤퓌자의 목재 설치물이다. 마치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뚝딱뚝딱 만들어낸 것 같은 이 목재 설치물은 허리를 굽히고 기어서 통과할 수 있을 만한 토끼굴과 미로를 내포하고 있다. ‘노마디즘’을 표방하는 샤퓌자 형제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프랑스, 독일 등을 유랑하며 프로젝트를 이어왔고 현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목재나 판지 등을 작품의 재료로 삼는다. 영상 작품을 출품한 에이드리안 미시카는 상상과 실재의 차이를 고민하는 작가다. 그는 가보고 싶은 장소를 상상한 다음, 그 공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실제로 방문해 각각의 격차를 작품에 담아낸다. 예를 들면 스위스에서 실제로 내리는 눈, 스튜디오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눈, 영화 속의 눈내리는 장면을 함께 보여줘 관객이 스스로 비교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버려진 가구, 일상적인 사물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맥락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뤽 오보르의 철학적인 작품들, 코믹스와 영화로부터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프란치스카 푸르터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