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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스트우드, 서울입성
2002-01-23

<호타루> 개봉에 맞춰 한국방문한 배우 다카쿠라 겐

눈덮인 호로마이역과 평생을 함께하던 성실한 ‘철도원’, 다카쿠라 겐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엔 가미가제 특공대 출신의 후일담을 다룬 영화 <호타루>와 함께다. 지난 1월14일 오후 2시. 신라호텔 영빈관 루비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 제작사 도에이 대표 등과 나란히 나타난 이 칠순의 배우는 호명을 받자 자리에서 일어나 절도있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영화에서 눈에 익은 짧게 깎은 머리, 엄숙하게까지 보이는 특유의 무표정, 까만 폴라에 까만 재킷 차림 등 절제되고 금욕적인 모습은 영화 속 이미지와 똑같다. 실제로 그는 담배와 술, 도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카쿠라 겐은 60년대 <아바시리 번외지> 시리즈 등 일련의 야쿠자영화에서 고독하고 희생적인 남성상으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일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라 불리는 국민배우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과는 <엑기> <철도원> 등 18편의 작품을 함께했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이기도 하다. <호타루>는 특공대원이었던 주인공 야마오카가 죽음을 앞둔 아내와 함께 아내의 전 약혼자였던 한국인 장교 김선재의 유골을 한국에 전해주러 온다는 내용의 드라마. <호타루> 영화화를 제안했다고 알려진 다카쿠라는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에 닿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내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까운 후쿠오카 태생인 그는 학교 다닐 때 한반에 3, 4명은 한국인이었으며 <아리랑> <도라지> 등의 노래도 친숙하다고. 특유의 무표정에 대해서는 “긴장하면 얼굴이 굳어져 웃음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제일 싫은 게 기자회견”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일흔이라는 나이에 비해 너무나 젊다. 비결은 뭔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갚아야 할 할부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답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은 “한국에 호의적인 듯하다”는 말에 “반세기 전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젊은 한국인의 죽음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다카쿠라 겐 일행은 기자회견 등 2박3일 일정을 마치고 1월15일 일본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