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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네마테크연합 준비위원장 김노경
2002-01-23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생기는 그날까지!”

김노경(31) 사무국장은 요즘 정신을 놓고 산다. 한가하고 지루하고 따분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다. 일주일에 잡히는 회의만 해도 십여개. 업무를 메모해놓고서도 잊고 있다 뒤늦게 알아차릴 때가 많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울려대는 휴대폰을 아예 집에다 놓고 사무실에 나오다 다시 발길을 되돌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의 ‘증상’은 최근 한국시네마테크연합 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더 심해졌다. 서로 다른 전국 17개 시네마테크들을 하나의 연합체로 묶어내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아서였을까. ‘전용관 마련, 아카이브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현재 한국시네마테크연합은 1월25일 발족식을 앞두고 있는 상태. 문화학교 서울을 후원하는 혜민국 한의원의 최정원 원장을 비롯한 이사회까지 꾸린 상태라 한숨 돌릴 법도 하지만, 그는 뒤이어 후원인들을 바삐 모아야 하는 터라 여전히 ‘뺑뺑이’ 신세다.

하긴, 이 모든 게 다 자초한 일이었다. 1995년 대학 졸업 뒤, 그는 잠깐의 백수 시절을 거쳐 운영위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사당동 문화학교 서울을 찾았었다. 그때 만난 이들이 독립영화계의 삼총사라 불리는 곽용수(인디스토리 대표), 조영각(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이주훈(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면접 보면서 “아이구, 내가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게 쥐뿔도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돈 없이도 잘살 것 같고 체력도 좋아보였는지” 삼총사의 눈에 들어 운영위원이 된 것 같다는 게 그의 추측이다. 그때부터 5년 동안 인디포럼 사무국과 문화학교 서울의 일을 번갈아가며 기초를 다졌다. “다들 저보고 영화에 미쳐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과 같이 부대껴왔으니, 대학 시절 전공이었던 특수교육학을 뒤늦게 써먹고 있다고들 놀려요.”

그렇게 보낸 5년. 이제 그의 이름 뒤에 나붙은 공식 직함만 무려 3개다. 이중 어느 것 하나 소흘할 수 없다. 처음 맡게 된 ‘인디포럼 2002’ 프로그래머 일도 400편이 넘는 출품작 가운데 80∼90편의 상영작을 뽑는 일이니 비경쟁이지만 돌아오는 부담이 적잖다. 올해는 인디포럼을 꾸려가는 상임작가회의 소속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프로그래머로 대폭 참여, 8명이 상영작 선정작업을 하게 된 것이 짐을 덜어주지 않았을까 했지만, 그는 “작품 선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프로그래머를 늘린 건데 다른 일 한다고 거의 떠맡기다시피 한 것 같아” 오히려 미안함만 더하단다. “영화는 그저 소비되고, 소모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예술”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그의 첫 번째 꿈은 ‘시네마테크 전용관 마련’. 바로 이어지는 그의 두 번째 꿈은 이거다. “사람들이 제발 영화 좀 봤으면 좋겠어요. 시네마테크 하면 재미없는 영화만 한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오해예요. 혹 지루한 영화라도 몇번 곱씹다보면 단물이 나온다니까요.” 글 이영진 anti@hani.co.kr

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