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어미로 보이냐?” 한때 유행했던 이 썰렁한 농담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공포영화로 펼쳐보면 어떨까. 그 한 가지 보기가 매티스 반 헤이닌겐 주니어의 <더 씽>일 수 있겠다. 노르웨이 탐사대는 남극 대륙에서 빙하 시대 이전의 것으로 짐작되는 구조물과 빙하에 갇힌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하지만 조직 샘플을 채취하던 중 괴물이 깨어나고, 기지는 공포의 도가니가 된다. 진짜 등골이 오싹해지는 건 케이트 로이드(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박사가 괴물이 대상복제술을 통해 목숨을 부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다. 그러니까 A라는 사람을 잡아먹은 괴물은 A로 둔갑해 돌아다니다가 위험에 처하면 B를 포획해 B의 몸을 하고 다시 나타난다. 그때부터 흡사 ‘마피아 게임’과 유사한 범인잡기 놀이가 시작된다. 단, 눈으로는 복제품과 진품을 구분할 수 없을 테니 고도의 작전이 필요할 것이다.
듣고 보니 어디서 본 영화 같아 고개를 갸우뚱했다면, 맞다. <더 씽>은 SF호러의 고전 <괴물>의 프리퀄이다. 1982년에 존 카펜터의 손을 거쳐 탄생한 <괴물>은 꽤 충격적이었다. 감독의 상상력을 검열하지 않고 그대로 펼쳐놓은 듯한 비주얼은 수많은 컬트팬들을 끌어모았고, 자타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는 한동안 이런저런 이론가들의 관심마저 자극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프리퀄은 두 마리의 토끼는커녕 한 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한 것 같다. 대량의 CG가 투하된 괴물은 어디서 본 듯한 괴물들을 부분별로 오려붙인 듯하고, 이야기는 30년 전의 것을 반복해야 하는 운명에 스스로를 가둔 채 쇄신의 묘를 보여주지 못한다. 프리퀄의 유행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눈이 필요함을 절감케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