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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헤드셋

모토로라 SF600

특징 1. 습기를 빠르게 배출시키는 소수성 메시 소재와 가볍고 견고한 케블라 섬유를 채택해 착용감이 뛰어나다. 30~40분씩 꽂고 있어도 귀가 아프지 않다. 2. 저음의 HD 사운드를 보강. 그러나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다소 소리가 뭉개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한강변과 피트니스 센터가 부쩍 소란해진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학생처럼 그간 둔해진 배와 허리를 급하게 손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러닝머신 뒤편에서 사다코가 3D로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필사적으로 걷거나 뛰는 이들에게 음악은 운동화만큼이나 요긴한 액세서리다. 적절한 비트의 음악은 운동 효과를 높이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니까. 문제는 피트니스 센터 직원의 선곡 취향이 늘 만족스럽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트레이너가 백지영의 팬이라면 내내 들려오는 절절한 발라드 때문에 펑펑 울면서 크런치를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만의 운동용 사운드트랙이 담긴 스마트폰과 이어폰이 준비됐다면? 그래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움직일 때마다 덜렁거리는 유선 이어폰은 러닝머신 위에서 꽤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위험해 보이기도 해서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작가라면 이어폰을 착용한 채 달리다가 죽을 방법을 열두 가지쯤은 생각해낼 것 같다. 해결책은 블루투스 무선 헤드셋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누군가처럼 운동에 대한 의지보다 핑계와 불평이 앞서는 사람들은 모토로라의 SF600을 고려해봐도 괜찮겠다.

블루투스 헤드셋은 운전 중 부득이한 전화 통화에 대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용도라면 차라리 한쪽 귀에만 걸어 사용하는 모델인 HK110나 HK250이 더 적절할 거다. 통화에 필요한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을뿐더러 가격도 훨씬 저렴하니까(각각 2만9800원과 5만4천원). 양쪽 귀에 이어쿠션을 꼽아서 쓰는 SF600은 차 안보다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더 유용할 물건이다. 직접 착용하고 20~30분가량 달려봤는데 가벼운 데다 큰 움직임에도 안정적인 고정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유선 이어폰을 사용할 때보다 월등히 편안했다. 게다가 귀에 직접 닿는 부분은 습기를 빠르게 배출시키는 소수성 메시(Hydrophobic Mesh) 소재로 되어 있어서 땀을 잔뜩 흘린 뒤라도 불쾌한 느낌이 덜하다. 사용법 역시 쉬워서 조작 버튼의 위치만 손끝으로 익힌다면 별다른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다. 로밍 범위가 약 91m까지 확장돼 거리만 적당하다면 스마트폰은 로커에 둔 채 이 제품만 들고 나와 운동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상대방에게 잡음이 많이 전달된다는, 헤드셋 특유의 단점만 배제한다면 통화 품질 역시 만족스러운 편이다.

다만 음질에서는 호오가 뚜렷할 듯하다. 일단 전문 오디오 업체의 유선 헤드폰에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소리의 선명함이나 풍부함이 아쉽다. 또한 이용자에 따라서는 강화된 저음부 때문에 음향이 다소 뭉개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다. 18만9천원이라는, 그리 저렴하지 않은 가격도 소비자를 고민에 빠뜨릴 만하다. 하지만 매일 한 시간 이상 체육관에서 땀흘리는 이들에게는 고려해봄직한 투자일 거다. SF600은 운동할 때만큼은 소리보다 착용감과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제품이다. 물론 차선이지만,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운 차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