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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 음모가 횡행하는 <도둑들>

한국 도둑 다섯이 마카오에 간다. 거기서 중국 도둑 넷을 만나 한팀을 이룬다. 마카오 박(김윤석)이라는 인물이 이 팀을 조직하고 주도한다. 마카오의 대형 카지노에 있는 ‘태양의 눈물’이라는 값비싼 보석을 훔쳐내기 위해 뭉친 팀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각자 속사정이 따로 있다. 누군가는 팀원 중 하나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왔고 누군가는 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하고 다른 걸 챙기려 들고 누군가는 나누지 않고 혼자 통째로 가지려 한다. 그러므로 <도둑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카지노를 터는 이야기인 <오션스 일레븐>과는 사실 차이가 있다. <오션스 일레븐>은 똘똘 뭉쳐 물건을 훔쳐내는 낭만적 공동체의 이야기이고 <도둑들>은 같이 모여 물건은 훔치지만 의심과 음모가 횡행하는 배신자들의 이야기다.

한국과 중국 배우들이 모여 한팀을 이루고 그 팀의 동력을 음모와 배신이라는 긴장감으로 움직이게 하는 발상 자체는 재미있다. 마카오 박, 뽀빠이(이정재), 씹던 껌(김해숙), 팹시(김혜수), 이렇게 인물들의 이름을 참 잘 지었는데, 묘하거나 거칠지만 밉지 않고 친근한 그 어감은 감독 특유의 몇몇 대사와 더불어 <도둑들>의 정서를 잘 드러내준다. 그런 점에서 <도둑들>은 감독의 전작들인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뒤따르는 한국형 범죄영화의 흥미로운 작전 시도다.

문제는 작전이 아니라 실행에 있다. 일단 작전이 실행되자 의아하게도 서사의 활력이 갑자기 무뎌진다. 특히 보석을 탈취하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의 장르적 성격상 당연히 거기 있어야 할 서사적 아이디어가 무디거나 없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특기할 만한 물리적인 흥분감 또는 신속함이 대신하지도 않는다. 인물들 사이에 여러 가지 감정적 인간관계를 걸어놓고 있지만 그걸 맺고 푸는 과정도 유연하지 못하다. 예컨대 영화의 주요 인물인 마카오 박, 펩시, 뽀빠이의 관계를 잇는 서사 장치, 즉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에서 사용된 감독 특유의 플래시백, 그것이 여기서는 상투적인 재활용으로 보일 뿐이다. 간혹 과도한 서사까지 덧붙여진다. 임달화와 김해숙의 ‘어떤’ 관계는 이들을 서로 어떻게 관계 맺어줄 것인가 하는 필요에 의해 고안된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퇴장시킬 것인가 고민하다 내린 서사적 극약 처방으로 보인다.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캐릭터들의 매력도 강력하진 않다. 예니콜 역할의 전지현이 주목받는다면 그녀 정도만이 특화된 자기 캐릭터를 가졌기 때문이며 특별히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섞여 있는데도 대부분의 인물들은 내내 좀 겉돈다는 인상을 준다. <도둑들>은 캐릭터가 좋은 영화가 아니라 캐스팅이 화려한 영화다. <도둑들>은 금고가 있는 방에는 들어갔으나 정작 금고를 여는 데는 실패한 금고털이범 같다. 금고 안에 어떤 보석이 들어 있는 줄은 아는데 그걸 갖지는 못했으므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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