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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발견의 모험을 멈추지 않는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에게 먼저 두루뭉술하게 물었다. 수석프로그래머로서 느끼는 올해 영화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무엇이 변했습니까. 그러자 “게스트들과 관련하여 한 가지 큰 변화가 있다”며 그가 본격적으로 운을 뗀다. “우리 영화제도 나름대로 게스트를 초청하는 기준이 있다. 오고 싶은 게스트를 다 맞이해서는 재정상 감당을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보니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게스트들이 매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이들이 자비로 오겠다는 경우들이 부쩍 많아진 거다. 어떻게든 부산영화제는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농담이지만, 중요한 스타들이 너무 오래 있겠다고 해서 골치가 아플 정도다.(웃음)” 한마디로 부산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추측컨대 영화의 전당을 개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고 AFA(Asian Film Academy), ACF(AsianCinema Fund) 등 지원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서서히 발휘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면 지나칠 수 없는 질문. 올해 동세대 아시아 영화의 경향과 특징은 또 어떨까. 그 경향과 특징은 어떻게 프로그래밍에 반영되었을까.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뉴 커런츠 부문에 올해 처음으로 중국영화가 선정되지 않았다! 물론 중국영화의 플랫폼이 다양해졌다는 것이 큰 이유 중 하나가 되겠지만 뽑을 만한 영화가 없기도 했다. 다만 아시아 영화의 창에서 상영하는 <화부> <학과 함께 날다> <사랑의 대역> 같은 영화들은 눈여겨봐주면 좋겠다. 한 명의 훌륭한 제작자(쵸우 컹)가 이 영화를 만들어냈는데, 작품들이 전부 좋다. 한편 대만 영화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오랫동안 자국 시장 점유율 1퍼센트대에 주저앉아 있던 영화시장이 지난 2~3년 사이에 20퍼센트로 치고 올라왔고 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며 동시에 재능있는 젊은 감독들이 대거 데뷔하고 있다. 그 때문에 뉴 커런츠 부문에 관해서라면, 중국영화가 없는 대신 대만영화가 두 편이나 된다. 그리고 인도의 예술영화가 활성화되고 있고 필리핀은 해마다 계속 좋은 독립 영화와 데뷔 감독들이 나오고 있다.” 그의 꼼꼼한 설명으로 우리는 올해 주목해야 할 새로운 감독의 이름과 각국의 경향을 이렇게 또 미리 알게 된 것이다.

새로운 재능들의 이야기를 하고 나니 거장들로 화제는 자연스럽게 옮겨 간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속죄>를 주목해주면 좋겠다. 텔레비전용 영화이지만 텔레비전 포맷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그리고… 모흐센 마흐말바프… 그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좀 알지 않나?(웃음). 사실 두 가지 걱정을 했다. 하나는 저 분이 반정부 활동을 벌이다 테러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저러다 창작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실험적인 영화 <정원사>를 만들어냈다. ACF 지원을 받아 서울에서 후반 작업도 거쳤다. 베니스영화제에 출품해도 괜찮다고 했는데도 부산에 내시겠다고….(웃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고 생각했을 법한 폐막작 선정의 변까지 듣고 나면 이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꿈꾸는 영화제의 상을 비로소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올해의 폐막작은 방글라데시의, 그것도 신예 감독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의 영화다. “상영할 영화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반응들? 물론 있을 거라고 봤다. 뭔가 펑크나서 갑자기 고른 거 아니냐는 식의. 하지만 이 영화를 폐막작으로 결정한 건 이미 7월이었다는 걸 꼭 말해 두고 싶다.” 말하자면 미지의 영화국가 그것도 신예 감독에게 거는 가능성이 올해의 폐막작을 고르는 절대 기준이었던 셈이다. “부산영화제가 지향하는 바에 대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확장 지향적이지도 않고 화려함을 지향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그는 잊지 않았다. 기존의 위상을 높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계와 성취를 내실 있게 다지되 멈추지 않고 모험적으로 발견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꿈꾸는 영화제의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