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배우가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사진 손홍주(사진팀 선임기자)
글 강병진
2012-10-06
<사랑에 빠진 것처럼> 배우 타카나시 린과 오쿠노 타다시
<사랑에 빠진 것처럼>의 로맨스는 사실 가세 료의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 배우의 생생한 에너지를 즐겨 담아온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영화출연 경험이 거의 없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해 온 오쿠노 타다시(사진 오른쪽)와 CF모델인 타카나시 린은 시나리오도 받지 못한 채, 영화에 참여했다. “사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다. 오디션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야 감독의 이름을 들었다.”(오쿠노 타다시) 타카나시 린도 오디션 후에야 키아로스타미의 <텐>을 보았다고 한다. “사실 감독님이 왜 나를 캐스팅 했는지 모르겠다. 한번은 내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꼬마남자애를 닮았다고 하셨는데, 그 때문이 아닐까.” (웃음) 이들에게 주어진 건, “은밀하게 만난 콜걸과 은퇴한 노교수가 정서적으로 교감한다”는 문장뿐이었다. 첫 영화. 즉흥연기. 게다가 외국인 감독. 낯설고도 낯설었을 현장에서 두 배우는 불안과 감동을 동시에 경험했다. “창문이 깨지는 장면이 있다. 깨질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큰 소리가 날 줄은 몰라서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도망쳤다. 감독은 그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것 같더라.”(오쿠노 타다시) 타카나시 린은 “영화를 찍을 때는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저 따뜻한 만남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이들의 관계를 연애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놀라웠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는 순간만큼은 그들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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