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뉴욕 리포트] 뉴요커들, 필름아카이브를 잃다
2002-01-28

뉴욕 현대미술관 스틸아카이브, 다음달부터 일반인 열람 사실상 불가능

앞으로 뉴욕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세계무역센터 빌딩만은 아닌 듯하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필름아카이브가 미술관 재건축으로 인해 다음달부터 잠정적으로 폐쇄된다는 발표가 난 뒤 뉴욕영화계가 논란에 휩싸였다.1935년, 미국 최초의 공공 필름아카이브로 설립된 이래 현대미술관의 필름아카이브는 방대한 소장량과 자유로운 열람 시스템으로 뉴욕이 영화 연구와 시네필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는 데 중요한 몫을 담당해왔다. 특히 현대미술관의 영화 컬렉션은 이른바 미국 영화사의 `고전`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영화 스틸아카이브에 보관된 영화 관련 사진자료들은 영화사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귀중한 자료로 전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문제의 발단은 오는 6월 시작되는 미술관 재건축에 대비해 현대미술관의 각 기능을 뉴욕의 퀸스에 마련된 임시 미술관으로 이전하면서, 유독 필름아카이브의 핵심 기능이었던 영화 스틸아카이브만 펜실베이니아의 햄린 필름보관소로 무기한 이전한다고 미술관쪽이 발표한 것. 그리피스, 에디슨, 멜리어스, 키튼 등이 제작한 초기 무성영화와 희귀한 외국영화의 스틸뿐 아니라 제작 기록, 신문, 잡지 등에 실린 홍보자료, 배우들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약 400만장에 달하는 희귀 사진들은 뉴욕의 영화비평가나 학자, 시네마테크 큐레이터 등이 일차적으로 의존하던 자료였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영화사의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제공해주던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해왔다.또한 일반인들을 위한 영화서적이나 뉴욕이 자랑하는 각종 영화 관련 행사에 사용되는 일러스트레이션들도 대개는 출처가 스틸아카이브이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특수한 복원·보존작업이 필요없는 사진자료들까지 뉴욕에서 2시간30분 정도의 교외지역에 자리한 필름 보관소의 `저장고`로 옮겨지게 됨으로써 일반인 열람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2005년 미술관 재개관시 스틸아카이브가 뉴욕으로 복귀될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아 아카이브의 기능이 사실상 상실되는 것이 아니냐는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뉴욕의 각 영화학과 교수들과 뉴욕비평가협회, 영화학회 등이 몇 개월째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대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미술관쪽은 굳이 이번 결정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34년간 근무해온 전문사서마저 해고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한장의 빛바랜 사진에 담긴 그 옛날 스타들의 매력과 필름으로 구해 보기도 어려운 영화들의 자취가 영영 뉴요커들의 눈앞에서 사라질는지 아쉬운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뉴욕=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