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소통의 불능 <맥코리아>
윤혜지 2012-10-17

출퇴근을 위해 서울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던 김형렬 감독은 지난 4월 무렵 지하철 기본요금을 5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보게 된다. 예고 없는 일방적 통보에 김형렬 감독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 내막을 캔다. <맥코리아>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를 고발하는 시사 다큐멘터리다. 글로벌 투자은행이자 금융 서비스 그룹인 맥쿼리는 국내민간투자사업 중 총 13개 사업장에 1조8천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중 12곳이 정부로부터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를 적용받고 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는 기업이 투자할 때 예상한 수입에 실제 수입이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그 금액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물론 그 정부지원금은 국민 세금으로 책정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서울지하철 9호선은 맥쿼리를 비롯한 민간투자사업 투자자들이 최대 주주로 있기 때문에 시민의 불편에는 아랑곳없이 이윤 추구가 최우선 목표다. 우면산 터널과 마창대교, 인천대교, 인천공항 고속도로 또한 마찬가지다. 국민의 편의를 위해 공공재로 기능해야 할 인프라가 기업과 정부의 자본 논리에 얽혀 오히려 국민의 세금을 갉아먹고 있는 이 현상에 김형렬 감독은 분노했다. 그는 <맥코리아>를 통해서 맥쿼리가 법의 맹점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서울시의회의 강희용 의원에게 자문을 구했고, 내레이션은 공지영 작가와 탁현민 교수가 맡았다.

<맥코리아>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오히려 감독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느끼는 분노와 답답함을 감추지 않고 쏟아낸다. 다양한 관점의 얘기를 들어보고자 감독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관계자들과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막히고 만다. 대화는커녕 이곳저곳에서 감독은 쫓겨나고, 내쳐지고, 위협에 시달린다. <맥코리아>를 보며 관객이 느끼는 분노와 연민은 내쫓기는 감독의 모습에 그대로 이입된다. 소통의 불능. 그것이 거대 기업을 향한, 그 배후에 있을 정부를 향한 분노의 근원이다. 아무리 추적해도 거인의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다. 돈키호테가 된 김형렬 감독은 그저 앞을 막아선 풍차 날개에 부딪혀 나가떨어지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감독은 거인의 실체를 만날 때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듬성듬성 비는 부분도 종종 눈에 띄지만 이 점은 어쩔 수 없다. <맥코리아>는 자연의 웅대함에도, 인간의 온정에도 기대볼 수 없는 고발성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거대기업에 맞서 싸우기에 한 사람의 힘은 너무도 미약하다. 다만 <맥코리아>가 국내 민간투자사업 특혜 의혹에 조그만 불씨라도 댕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