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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나에게 영화란 하나의 연속체다

<신의 소녀들>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는 이제 우리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루마니아의 영화감독이다. 몇년 전 <4개월, 3주… 그리고 2일>(2007)로 혜성같이 등장하여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더니, 올해 나온 그의 신작 <신의 소녀들>은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신의 소녀들>은 두 소녀가 종교라는 이름의 엄격함 속에 갇혀 끝내 어떤 비극적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문주 감독이 자신의 이번 영화에 대한 꼼꼼하고 밀도있는 답변을 보내왔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이 영화는 선과 악이 어떤 식으로 요즘 사회에 존재할 수 있는가에 관해 이야기한다. 또는 ‘종교’를 해석할 때 벌어지는 일들, 즉 종교적 신념에 의해 야기되는 독단을 이야기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랑과 선택, 자유의지, 책임감과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편 인간애와 신에 대한 사랑의 대립도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과연 신에 대한 사랑은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배제해야만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두 여배우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외모나 성격적인 면에서 내가 생각해왔던 캐릭터와 가깝게 보이는 배우들, 그 특별한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들을 찾고 있었다. 매우 단순하고, 자연스럽고, 믿을 만하고 섬세한 해석이 그들에게서 가능해야 했다. 그래서 알리나 역으로는 힘과 에너지 등 비순응주의라는 특정한 성향을 보여주는 배우를 찾고 있었다. 보이치타에 관해서는 종교인이 가진 마음의 평화를 표현하고 의심을 깨닫는 그런 섬세함을 묘사할 줄 아는 배우를 찾고 있었다.

-배우들을 연출할 때 당신이 중요하게 고려한 바는 무엇이었나. =나는 배우들에게 오직 각각의 장면이 주는 진실함에 집중할 것과 가능한 한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촬영하는 동안 우리는 단순하고자 했다. 믿음이 가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은 배제하고 에너지와 새로운 리듬을 함께 발전시켜나갔다. 나는 배우들에게 캐릭터가 어떠할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고 캐릭터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게 하면서 그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배려했다. 그저 순간에 충실하게 연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사건이 있었나. =이 영화는 타티아나 니큘레스큐 브랜이라는 기자가 쓴 두권의 논픽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책은 2005년 루마니아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나는 실제 그 일이 일어났던 수도원을 방문했다. 그 수도원의 사건과 생활에 관하여 많이 읽었고 촬영 전과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계속 종교적인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원래 인간에 대한 것이었으니 그 점에서 보면 실은 특정 롤모델이 없다고 해야겠다.

-비교적 이번 영화는 좁은 장소에서 시간의 생략 없이 진행된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도 실은 유사했다. 당신이 이런 영화적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듣고 싶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야기를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영화에 대한 하나의 시각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게 영화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 영화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보는 건 중요하다. 한 가지를 말할 수 있다. 그건 아마도 다른 예술 장르와 비교했을 때의 장점이기도 할 텐데, 영화가 바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주로 실제 삶에서 영감을 얻어 리얼리즘의 가치에 확신을 두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실제 삶의 시간의 흐름을 인용하는 것이다. 나에게 영화란 곧 하나의 연속체이다. 그래서 컷의 사용과 선택을 최대한 줄이고 그저 순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어쩌면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까지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되도록 리얼 타임으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이 그대로 존재하는 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야말로 덜 관습적이고 덜 조작적인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스토리텔링은 모든 순간 관객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려서 보여주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집중을 방해한다. 관객은 영리하고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 관객에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시각을 강요함으로써 회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영화의 목표란, 관객에게 스스로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질문을 길러낼 수 있게 돕는 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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