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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많은 영화 <차이나 블루>
이기준 2012-12-12

싫은 놈을 때리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불량배 은혁(백성현)은 또래의 패거리들과 어울려 다니며 길남(김주영)을 비롯한 다른 조선족 청년들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박질을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은혁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온 길남의 소꿉친구 칭칭(정주연)을 곤경에서 구해주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둘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채업을 하는 폭력배 윤식(박재훈)과 조선족 사회를 돌보는 위강(전창걸)의 이권다툼으로 조선족과 주민들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그 와중에 길남의 아버지와 은혁의 친구 상구(최상학)가 말려들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차이나 블루>는 욕심이 많은 영화다.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조선족 이주민들과의 갈등을 은혁, 길남, 칭칭 세 청춘남녀의 일화로 그려내면서 동시에 사채업과 연예인 기획사, 정리되지 않은 과거사의 앙금 등 당대의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건드린다. 하나 이러한 여러 갈래의 맥들이 하나의 서사 속에 적절히 통합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억지로 전개시키기 위해 ‘도구적으로’ 호출되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빈약한 캐릭터의 문제까지 겹쳐서 영화는 러닝타임이 흐르는 동안 공감대를 형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설득력을 잃어간다. 이렇게 장면이 임시변통으로 이어지는 동안 영화는 뚜렷한 중심이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성장영화나 액션영화 혹은 가족드라마의 외양을 흉내내기에 급급하다. 감상적인 음악과 뮤직비디오 같은 작위적 상황설정이 갑작스레 등장하지만 영화를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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