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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가혹한 시험 <더 자이언트>
이영진 2013-02-20

선과 악의 어지러운 싸움을 라마 신이 끝장낸 지 3천년이 흘렀다. 절대악의 화신이던 토사칸(김준현)과 그에 맞서 싸우던 라마 신의 충직한 부하 하누만(정범균)은 사막에서 가까스로 깨어나지만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다. 하누만을 무무라 부르는 토사칸과 토사칸을 빅그린이라 부르는 하누만은 자신들을 한데 묶어놓은 거대한 쇠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도시에 들어가 갖가지 소란을 피우는데 공교롭게도 난장을 부릴수록 그들은 영웅 대접을 받는다. 도시의 수호자로 거듭난 빅그린과 무무 사이에 묘한 유대감이 싹틀 무렵, 신의 전령이 강림해 무무에게 전생의 임무를 일러준다.

<더 자이언트>는 타이의 고대신화인 <라마키안>을 원작으로 삼은 애니메이션이다. 로봇으로 변형되긴 했으나 <라마키안>에 묘사되어 있는 신들의 형상이 애니메이션에도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신화 속의 토사칸처럼 <더 자이언트>의 토사칸 역시 수많은 머리와 팔다리를 지닌 괴물의 모습을 지녔다. 하누만의 무기인 강철꼬리 역시 원숭이 장군인 하누만 신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더 자이언트>가 <라마키안>의 권선징악의 이야기 구조까지 고스란히 복제하는 것은 아니다. “난 널 없애야 하는데, 왜 나를 구하는 거냐?” 엄청난 태양빛에 녹아내릴 위기에 처한 무무를 구하기 위해 빅그린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결국 살아난 무무는 라마 신과 맞선다. 우정을 앞세우긴 했지만, <더 자이언트>의 선악 구도는 결코 단순하거나 진부하지 않다. 신의 가혹한 시험을 끝내 이겨내는 빅그린과 무무의 우정은 거창하게 말하면 윤리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엔 상대를 제압하려는 무기였던 쇠사슬이, 서로를 원치 않게 얽어맸던 쇠사슬이, 마지막엔 빅그린과 무무의 목숨을 구하는 생명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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