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충무로는 통화중] 교포판권 시비
2002-02-04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이 대상인 교포판권이란 것이 있다. 교민이 많은 도시마다 한국영화, 드라마, TV프로그램 등을 빌려주는 비디오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간다. 과거 한국영화 수출이 미미하던 시절, 교포판권은 적은 돈이나마 제작사에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그러나 최근 밝혀진 어떤 사건은 교포판권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력히 제기한다.CJ엔터테인먼트 해외배급팀 박이범씨는 최근 홍콩의 한 영화사와 거래를 트다가 이 회사가 <해피엔드>의 판권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CJ가 해외배급권을 가진 영화인데 CJ 몰래 산 회사가 있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이 회사는 <해피엔드> 외에 <시월애> <주유소 습격사건> <반칙왕> 등의 판권도 샀다고 밝혔는데 이들 영화의 해외배급을 맡고 있는 미로비전, 시네마서비스 등도 CJ와 마찬가지로 판권을 판 적이 없었다. 산 사람은 있는데 판 사람은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박이범씨는 교포판권이란 게 말썽의 원인이라는 걸 발견했다. 미국에 있는 한 회사가 이들 영화의 교포판권을 사서 홍콩의 영화사에 되팔았다는 것이다. 판권을 산 홍콩 회사는 해외의 수많은 차이나타운에 이들 한국영화 비디오를 보냈고 결국 이 과정에서 정작 해외배급권을 가진 CJ, 시네마서비스, 미로비전 등은 아무런 수익도 얻지 못했다.이 사건은 애초에 교포판권을 팔았던 한국의 모회사가 명백히 사기를 친 결과이지만 문제는 교포판권이 지금도 필요한가이다. 해외 거주 한국인, 중국인을 대상으로 따로따로 판권을 나눠 팔 수도 없고, 당장 한국영화가 대거 미국에 정식 수입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한국영화 해외배급 담당 회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가 던져진 셈이다.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