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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CHOICE] <집짓기> The Constructors
송경원 2013-10-11

아딜칸 에르자노프 | 카자흐스탄 | 2012년 | 67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11 롯데9 16:00

흔들리는 조명 밑 3명의 아이가 식사를 하고 있다.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더해질 때마다 공기는 긴장감으로 팽팽해진다. 때마침 누군가 들어와 소년에게 소리를 지르고 발끈한 소년은 나머지 둘을 데리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비정한 범죄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작한 영화는 갑자기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로 아이들을 데려간다. 그곳에는 어머니가 남긴 조그만 땅이 있다. 카자흐스탄의 법은 그 땅에 집을 짓지 않으면 국가가 그 땅을 몰수하도록 되어 있고 헤어지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땅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손으로 집을 짓는다.

<집짓기>는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영화다. 제목처럼 집을 하나 짓는 과정이 영화의 전부다. 여기엔 단순한 사건과 분명한 목표가 있다. 그러나 아딜칸 에르자노프 감독은 이것을 상업영화의 방식처럼 드라마로 엮는 대신 직접적인 이미지 그 자체로 옮겨온다. 땅과 집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역사 다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영화는 흑백화면, 반복되는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하나의 상징으로 변환시킨다. 약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현실, 그럼에도 끊어낼 수 없는 가족 간의 유대가 이미지, 행동, 음악의 원초적인 형태로 관객의 가슴에 꽂힌다.

TIP 흑백의 건조한 화면 위에 더해지는 소리의 사용이 흥미롭다. 때로는 건조함을 더하고 때로는 익살스러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심심한 화면마저 풍성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