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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위험천만함 <카운슬러>

멕시코 국경 근처, ‘카운슬러’(마이클 파스빈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내가 있다. 유능한 변호사에다 젊고 잘생기기까지 한 그는 아름다운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그녀에게 초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방탕한 사업가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와의 마약밀매 사업에도 뛰어들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운명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그는 자신의 능력을 자만하며 쉽게 돈을 벌 희망에 부풀지만, 라이너는 물론 마약 중개인 웨스트레이(브래드 피트)도 그에게 ‘이 세계’의 위험천만함에 대해 살벌한 경고를 가한다. 아니나 다를까, 마약 운반차가 사라지면서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 주위를 야생 표범처럼 생긴 라이너의 여자 말키나(카메론 디아즈)가 어슬렁거린다.

휘황찬란한 크레딧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코맥 매카시다. 국내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로 더 유명한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주자다. 그가 직접 쓴 각본이 이 오묘한 스릴러의 약이자 독이다. 약은 분위기다. 매카시는 논리적으로 납득 불가능한 이 세상의 풍경과 인간의 양면성, 그 결과로 빚어지는 비극을 자주 다루어왔는데, 그 세계관이 이 영화의 지배적 분위기로 옮겨졌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이 이 영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학적 장면 묘사에 많이 빚지고 있다. 반면 독도 있다. 잠언록을 필사하듯 유려하고 심원하기가 이를 데 없는 대사들이다. 탐욕에 못 이겨 유독한 거래에 뛰어든 인물들은 심심찮게 삶과 죽음, 선택과 결과, 혼돈과 질서, 운명과 구원 등을 논하는데, 그 대화의 무게와 부피가 개별 장면 연출의 적정용량을 초과한다. 감독과 배우들에게도 그런 ‘말’들을 어떤 분량과 호흡으로 소화해내느냐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말이 드라마나 서스펜스까지도 모두 삼켜버린 형국이며, 소설 언어와 영화 이미지의 깊은 간극을 불가피하게 상기시킬 따름이다.

예상과 달리 배우들의 앙상블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아니다. 오히려 인물들은 분자적으로 흩어져 있으며, 각자 인생의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이는 브래드 피트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과 <킬링 소프틀리>의 연장선상에서 웨스트레이를 연기하는 그는 이 영화에서 장황한 대사와 지문의 여백을 고유한 리듬으로 체화해내는 유일한 배우다. 마이클 파스빈더는 고행자 캐릭터에 어울리는 외모를 지녔으나 그 외모를 평이하게 활용하며, 하비에르 바르뎀과 카메론 디아즈는 과장된 의상과 분장 이상으로 특색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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