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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영화 <메멘토>
2002-02-21

네 기억을 의심하라

Memento 2000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가이 피어스 <HBO> 2월23일(토) 밤 10시

“내가 지금 뭘하고 있지?” <메멘토>에서 이 대사는 끝없이 울려퍼진다. 내가 왜 화장실에서 술병을 들고 앉아 있을까. 왜 어디론가 뛰어갈까. 몸에는 이상한 문신이 덕지덕지 새겨져있는 거야? <메멘토>는 스릴러와 필름느와르, 그리고 SF영화의 몇가지 공식을 가져와 뒤섞는다. 영화 속 시간은 인물의 기억에 의존해 뒤얽혀있는데 친절하게 관객을 설득하려는 구석이라곤 없다. 주인공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탓에 모든 상황이 제멋대로 꼬인 것.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몸에 문신을 새기기 시작한다. 누구를 믿지 말 것. 오늘 어떤 일을 꼭 할 것. 기억은 더이상 아무런 신빙성을 얻지 못하고 그가 의존할 것이라곤 ‘육체’의 진실일 따름이다. 이는 <메멘토>가 복잡한 장르영화의 외형을 취하고 있음에도 아주 간명한 테마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선 타인은 물론이며 나 자신마저 믿을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전직 보험수사관이었던 레너드에게 기억이란 없다. 아내가 살해당하던 날 충격으로 기억을 15분 이상 지속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는 것. 기억과 아내를 함께 앗아간 범인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그에겐 범인의 이름이 존G라는 단서뿐이다. 중요한 단서마저 모두 잊어버리는 일이 잦자 레너드는 범인을 찾는 방법으로 문신과 메모를 사용한다. 만나는 사람에 관한 정보를 사진으로 남기고 메모를 해두며 몸에 문신으로 남겨 기억하는 것이다. 레너드의 주변엔 나탈리와 테디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레너드를 잘 아는 것처럼 대하지만 레너드는 그들마저 신뢰하지 못한다. 나탈리는 테디가 범인임을 암시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테디는 다른 이의 말을 절대 믿지 말라고 충고한다.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메멘토>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시나리오와 연출을 겸한 이 영화 한편으로 놀란 감독은 “위트가 넘치고 인상적인 데뷔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