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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바다를 잇는 일 <행복한 사전>

1995년 일본의 한 대형출판사에서 ‘대도해’라는 이름의 국어사전을 편찬하기로 한다. 기인적이면서도 은둔자의 기질을 가진 영업부서 직원 마지메 미쓰야(마쓰다 류헤이)가 사전편찬부에 스카우트되는데, 현재 사전편찬부에는 ‘은퇴를 앞둔 숙련된 편집자와 나이 지긋한 언어학자, 외향적이지만 기획에 능숙한 마사시(오다기리 조)’ 등 다양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그중 한명의 아내가 병에 걸려 사무실을 떠나면서 미쓰야가 이곳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하지만 사전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방대하고 까다롭다. 대도해는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단어의 바다를 이어서, 사람들간의 격차를 없애고자 기획된 사전이다. 그러니 그 망망대해를 잇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힘껏 고군분투하던 미쓰야는 어느 날 하숙집 주인의 손녀 카구야(미야자키 아오이)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마치 첫사랑의 열병을 앓듯 힘겨워하는 그를 향해 상사인 마츠모토(가토 고)가 ‘사랑’이란 단어의 정의를 직접 채워넣으라고 주문한다.

영화 <행복한 사전>은 6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를 원작으로 삼은, 일본의 신예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이다. 배경은 1990년대 중반으로, 당시는 아직 컴퓨터가 대중화되지 않고 휴대폰마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사전편찬’이란 독특하고 고루한 작업을 통해 영화는 당시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다. 마침내 15년이 지나 2010년 3월에 사전이 발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극은 끝을 맺는다. 그 장대하고도 느린 호흡의 이야기 중심을 배우 마쓰다 류헤이가 잡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영업 일을 하던 그가 사전편찬을 맡으면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사랑에도 눈뜨게 되는 일종의 성장담인 셈이다. 마쓰다 류헤이 특유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는 오다기리 조의 화려하고 개성 있는 모습과 만나 훌륭한 앙상블을 이룬다. 그들이 이룩하는 잔잔한 감동은 블록버스터의 피로감을 씻을 만큼 안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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