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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안을 당황케 만들었던 장면들
2002-02-23

불아 불아, 제발 잘 붙어다오

<나에게 오라> 갈대밭 화재 장면

제일 만만하게 봤는데, 가장 심하게 고생했다. 원경으로 1킬로미터 길이로 늘어진 갈대밭에 불이 일자로 쫙 붙는 걸 잡는 거였는데, 감독한테 별 문제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산갈대가 아니었다. 늪갈대는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물이 상당히 깊었고, 촘촘해 뵈던 갈대들도 적어도 한뼘 이상 간격이 벌어져 있었다. 별 수 있나. 엑스트라 1백명에게 짚과 나무가지 등을 들고, 우리 식구들은 모두 기름 한말씩을 들고 늪에 투입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세히 들여다 보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했다.

<내 마음의 풍금> 강당 전소 장면

촬영 들어가기 전, <아름다운 시절>에 합류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오일로 불을 만들었다. 그때 본 ‘너울거리는 불’에 취했었는지… 원. 강당 전소 장면이었는데, 우린 불 지를 생각만 하느라 천장에 인화성 페인트가 발라져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미술팀도 이 공간이 어떻게 쓰일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었고. 그게 문제였다. 정작 불이 붙자 천장까지 빠르게 타 올라갔고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 일로 가슴이 아파서 두시간쯤 누워 있었던 것 같다. 다음날인가 “누구 잘못으로 불이 났고, 그런데도 한 배우가 불길 속에서 사람들을 구했다”는 기사가 떴더라. 영화 홍보도 좋지만, 이렇게 죄인 만드나 싶어, 그 다음부터 홍보하는 친구들 만나면 “건수 잡으러 왔어?” 하고 놀린다.

<용가리>의 미니어처 폭파

<우뢰매> 찍을 때보다 상황이 나아지긴 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문방구에서 로봇 장난감을 사다 대용으로 썼는데, 폭파시키면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이 났다. 우리 팀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우리는 그런 상황에 걸맞는 화약을 만들지 못했으니까. 그로부터 10년이 지났고, 우리 팀도 특수 화약을 만들어가는만큼 저쪽도 꽤 달라졌을거란 기대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크기만 미니어처일 뿐, 균일한 재질과 두께로 만들어 놓은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폭발 지점에서 파편이 많이 튀어나오게끔 하려면 화약을 심는 곳만큼은 약한 재질을 썼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의 흔적이 없었다.

맨홀 폭파

후레이센진의 지하 아지트가 폭발하면서 바깥 도심의 맨홀 뚜껑이 하늘로 치솟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1미터 이상을 파야 충분히 힘을 받는데, 그걸 하겠다고 멀쩡한 도심의 아스팔트를 뚫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진짜 맨홀을 열고, 뚜껑은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의 것으로 교체하고 그 아래 폭약을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또 있었다. 맨홀 아래 온갖 전선들이 얽혀있었던 것. 결국, 맨홀 크기에 맞는 무쇠 바가지를 따로 만들어 그 안에 폭약을 넣고 터트려야 했다. 후에 알고 보니 서준원 프로듀서는 폭발로 인해 사고가 났을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구청관계자에게 썼다고 한다.

<무사> 토성 장면

해외에 나갈 일이 생기면 특수효과 팀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건 장비다. 설령 그곳에 좋은 장비들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 손에 익지 않으면 쓸모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중국은 쓸만한 것도 없었다. 마지막 토성 장면만 하더라도 일일이 솜에다 석유를 묻혀서 원시적으로 불을 붙여야 했으니까. 나중에는 도저히 답답해서 가스통에 호스를 연결해서 뽑아써야겠다 싶어 중국 쪽 스탭에게 부탁했는데 한참후에 그가 가져온 걸 보고 놀래 자빠질 뻔했다. 철심이 들어가 있는 특수 호스가 아니라, 그냥 수도꼭지에 꽂아쓰는 고무 호스였다. ▶ 충무로 특수효과의 1인자 정도안 스토리 (1)

▶ 충무로 특수효과의 1인자 정도안 스토리 (2)

▶ 정도안을 당황케 만들었던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