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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와 대리출산, 생명과 성 <신의 선물>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진 어린 소영(전수진)에겐 사회적 기반도 생활력도 없다. 아이를 원하는 불모의 여성 승연(이은우)은 소영에게 아이를 낳아줄 것을 간청한다. 소영과 승연은 시골의 별장에서 격리된 생활을 시작한다. 한달에 한번 별장에 들르는 남편(이승준)은 아내와의 성관계만을 바랄 뿐 아이에 대한 아내의 열망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채 냉담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야영객 화가(김영재)와 거친 사냥꾼들은 그녀들의 집 주위를 배회한다.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여성들의 불안,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들의 출몰은 별장 주위에 불온한 기운을 드리운다.

영화 <신의 선물>은 미혼모와 대리출산, 생명과 성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김기덕의 각본에 어느 정도 충실하다. 연출은 <홈, 스위트 홈>으로 데뷔한 김기덕 연출부 출신인 여성감독 문시현이 담당했다. 영화는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의 있음직한 일들이 아니라, 추상적인 공간에서 욕망과 동기만으로 추상화된 인물들이 겪음직한 상황을 다루었다. 영화는 임신할 수 있는 여성(엄마)과 섹스할 수 있는 여성(애인)의 이분법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 두 불완전한 여성형은 아이를 공유한다는 연대를 통해서만 완성형이 될 수 있다. 불임의 여성은 밭을 갈아 농사를 짓고, 생활력이 없는 소녀는 길을 떠날 수 있도록 운전을 배운다. 더불어 가족, 남편, 사냥꾼, 화가 등 구체적 이름없이 보통명사로 등장하는 남성 인물들은 설정에 맞게 기능적으로 움직인다. 김기덕 사단 영화치고는 이례적으로 온기를 품은 결말로 향하지만, 영화 후반부의 작위적인 전개는 몰입할 여지를 주지 않은 채 빠르고 거칠게 전개된다. 영화는 설정이 아니라 설정을 풀어내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신의 선물>은 설정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전개의 리얼리티에서 실패하는 앞선 김기덕 사단 영화들의 전례를 답습하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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