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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보이 (Bubble Boy)
2002-02-27

비디오/메인과 단신

2001년, 감독 블레어 헤이스 출연 제이콥 길레널, 수시 크루츠, 말리 셸튼, 대니 트레조, 존 캐롤 린치 장르 코미디(브에나비스타)

장애인을 소재로 코미디를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다운증후군의 파스켈 뒤켄이 다니엘 오테이유와 공연하여 96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공동수상했던 <제8요일>처럼 잠깐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라면 모를까. 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특이함을 부각해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분명 치졸한 일이다. 패럴리 형제의 악취미처럼, 위악적으로 장애인을 등장시켜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나는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을 흔들어놓는 코미디도 있기는 하지만.

선천적으로 면역기능 없이 태어난 소년이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버블 보이>도 ‘조롱’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감독인 블레어 헤인스는 모든 것을 그냥 가볍게 다룬다. 아무 생각없는 편견도 아니고, 패럴리 형제처럼 위악을 떨지도 않고, 그렇다고 감동을 주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남들과 다른 특성을 가진 소년이 등장하는 청춘영화 정도로 <버블 보이>에 공기를 불어넣었다. <졸업>이나 컬트영화의 고전 <프릭스>의 패러디도 간간이 섞어가며 웃음도 가볍게, 현실도 가볍게.

면역기능이 결핍된 소년 지미는 태어날 때부터 ‘비닐 집’에서 살아왔다. 모든 세균에 노출되면 치명적인 지미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아니 광신적인 보살핌 속에서 청년으로 성장한다. 지미의 유일한 친구는 옆집에 사는 소녀 클로이. 비닐을 사이에 두고 우정을 나누던 지미는, 클로이가 결혼을 한다고 하자 낙담한다. 화가 나서 인사도 없이 클로이를 보낸 지미는 밤새 자신의 몸이 들어갈 만한 ‘버블’을 만든다. 그리고 클로이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생애 최초의 여행을 떠난다. 거대한 풍선 같은 옷을 입고, 이리저리 부딪치고 구르면서.

<버블 보이>는 지미가 여행을 다니면서 만나는 갖가지 사람들-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 오토바이 폭주족, 시바신을 섬기는 인도인, 서커스단의 기이하게 생긴 사람들- 과 벌이는 사건들의 연발로 소일한다. 별다른 개연성은 없고, 그냥 순간적인 해프닝과 개그다. 어머니를 통해서만 세상을 배운 지미는 청학동에서 갓 나온 댕기머리 소년, 아니 정글에서 막 빠져나온 타잔처럼 모든 것과 충돌한다. 그 황당한 슬랩스틱을 보면서 즐겁기는 한데, 가슴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다행히도 <버블 보이>는 그 가시를, 그냥 농담으로 처리한다. 시작이 잘못되어 벌어진 연쇄적인 실수와 사고들. 그리고 모든 것은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버블 보이>는 안전하고, 단순한 그냥 코미디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