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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시와 게임이론
2002-02-28

게임이론을 아시나요?

어느날 강력계 형사 설경구는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던 두명의 조폭을 잡아들인다. 문제는 심증만 있는 상태라서 범인들의 자백 없이는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 어떻게 해서든 조폭들의 자백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하던 대로 폭력을 동원해 자백을 강요했지만, 조폭들은 완강히 거부하며 자백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동료 형사 한명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각각의 조폭을 독방에 격리시켜 놓고 이렇게 말하자는 것이다. “만약 네가 자백을 안 했는데, 다른 녀석이 자백을 하면 그 녀석은 풀려나고 너는 10년의 징역을 살게 돼. 반대로 네가 자백을 하고 그 녀석이 안 하면 너만 풀려나는 거지. 만약 둘이 다 자백하는 경우에는 각각 5년형을 받게 될 거야, 대신 둘 다 끝까지 자백을 하지 않으면 다른 죄목으로 그냥 1년만 살게 해주지.”

자, 만약 당신이 그 조폭들 중 하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상대방 조폭이 자백을 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만약 당신이 자백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10년을 감방에서 썩게 된다. 반면 자백을 하면, 당신은 5년만 감방에서 살면 된다. 이 경우 당신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당연히 자백을 하는 것. 그럼 상대방 조폭이 자백을 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하면 어떨까? 만약 당신이 자백을 하면 당신은 풀려날 수 있다. 그러나 당신도 자백을 하지 않으면 당신은 1년을 살아야 한다. 결국 이 경우에도 당신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다. 바로 자백을 하는 것. 상대방 조폭 역시 똑같은 논리로 아마 자백을 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당신과 당신의 동료 조폭은 결국 모두 5년형을 언도받고 감방에 가야 한다. 둘 다 자백을 하지 않으면 1년만 고생하면 된다는 사실을 (머리 나쁜) 설경구 형사가 미리 알려줬는데도 말이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불리는 이 이야기는 현대 게임이론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 게임이론이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컴퓨터 게임은 물론 바둑, 장기, 야구, 축구 등에서 보여지는 공통적인 특성들을 이해함으로써, 이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을 말한다. 그 공통적인 특성의 첫째는 모든 게임이 주체가 되는 선수나 팀이 어떻게 게임을 해야 하는가를 규정하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에 따라 선수들이 할 수 있는 행동과 할 수 없는 행동이 정해져 있다는 것. 두 번째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 선수들에겐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 문제는 전략의 결과가 상호적이어서, 내가 아무리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의 전략이 우세하다면 내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로는 (당연하겠지만) 모든 게임에는 그 최종적인 결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게 마련인 것이다.게임이론은 이러한 게임의 특성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 특히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을 설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예를 들어보자. 어느날 OPEC이 원유의 대대적인 감산을 결의한다고 전세계에 공표를 한다면, 당연히 원유의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그로 인해 OPEC 회원국들은 감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올라 이전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감산을 유지하기 위해 각 회원국들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이상의 원유를 시장에 내다팔 수 없다는 데 있다.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데 팔 수 있는 물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눈앞에 두고도 놓치게 되는 것. 이런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다보면 OPEC 회원국들 중 일부는 반드시 규칙을 어기고 몰래 쿼터 이상으로 원유를 판매하기 시작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마련이다. 결과는? 당연히 다른 회원국들도 모른 체하고 판매량을 늘릴 것이고, 가격은 다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이런 OPEC의 예를 잘 생각해보면, 죄수의 딜레마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과를 뻔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회원국들이 자신에게 최선인 전략을 택하면서 생겨나는 결과인 것이다. 이렇게 게임의 상황에서 게임 참가자들이 최선의 전략을 찾는 과정은 게임이론의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그렇게 각 참가자들이 상대방의 전략을 주어진 것으로 보고(자백할 경우와 하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최선인 전략(무조건 자백)을 선택해서 만들어진 결과(모두 5년형)를 게임이론에서는 내시균형(Nash Equilibrium)이라고 한다. OPEC의 예에서 내시균형은 원유가격이 내려가고 공조가 무너진 데 대한 OPEC 국가간에 상호비방이 오가는 것이다. 따라서 내시균형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이 내시균형을 만들어낸 이가 바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F. 내시라는 사실이다.

그는 게임이론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그가 1950년에 쓴 <Equilibrium Points in N- Person Games>과 51년에 뜬 %lt;Non-cooperative Games>등 두편의 논문이 최초로 게임 현상을 수학적·경제학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세상에 알린 게임이론은 이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경영과 경제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거두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그는 동료학자들과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에서 참가자들이 불균형하게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시장의 상황을 연구해 게임이론을 한층 발전시킨 학자들이 수상을 할 정도로, 게임이론은 그 중요성을 더욱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천재는 그가 비록 정신병자였다고 하더라도, 분명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게 마련이다.이철민/인터넷 칼럼리스트chulmin@hipop.com<뷰티풀 마인드> 공식 홈페이지: http://www.abeautifulmind.com/<뷰티풀 마인드> 한글 공식 홈페이지:http://www.cjent.co.kr/beautifulmind/게임이론에 대한 한글 홈페이지:http://members.tripod.lycos.co.kr/huniri/GameTheory/GameMain.htm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의 존 내시 페이지:http://www.nobel.se/economics/laureates/1994/nash-autobio.html<사진설명>1: <뷰티풀 마인드>의 공식 홈페이지2: 영화의 원작이 된 존 내시의 평전.3: 94년 노벨상을 받음으로 해서 존 내시는 현대 게임이론의 창시자로 인정을 받았다.4: 존 내시를 연기해 2년 연속 남우주연상을 노리고 있는 러셀 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