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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환 추기경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그 사람 추기경>

허구든 실제든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인물이다.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은 고 김수환 추기경을 2003년부터 선종할 때까지 가까이서 지켜본 영화다. 역대 한국 추기경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김수환 추기경은 참으로 인간적인 인물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존경스러운 경지에 이르렀는가 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좌절과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 사람 추기경>은 가톨릭 성직자 김수환이 아니라도 인간 김수환을 볼 수 있는 영화다. 김수환은 인간에게 허락된 ‘성(聖)과 속(俗)’을 두루 체현한 인물이다. 설령 성스러움일지라도 그가 한면에만 극진한 인물이라면 인간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의 몸과 정신에 드리운 ‘속’의 측면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끝없는 반성을 통해 ‘속’의 기운을 털어내려 노력했다.

“사람들은 날 어떻게 봐요?” 2003년 봄,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터뷰에서 추기경은 오히려 인터뷰하러 온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애 끝자락에 접어든 김수환 추기경은 평판이 두려워 그렇게 묻는 게 아니다. 이 질문에는 나로 인하여 남이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는, 혹여 있을지 모를 그늘을 해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다. “나 때문에 마음 상한 사람 있대?” 그는 더 솔직하게 이렇게 다시 묻는다. 인터뷰와 촬영은 2003년부터 진행되었지만 <그 사람 추기경>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젊은 시절 사진과 지인들의 회고도 담겨 있다. 안동성당신부 시절, 성의여고 교장 시절, 가톨릭 시보사 사장 시절 등 1950~60년대 김수환 추기경의 삶도 꼼꼼히 조명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무엇보다도 유머가 있는 인물이었다. 남의 말을 잘 듣지만 중대한 사안은 자신의 말로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닌 인물이었지만 무언가에 얽매인 고리타분한 종교인은 결코 아니었다. 그의 유머는 인내하고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거리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 사람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이 2009년 선종하기까지 6년 정도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추기경이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그토록 자신을 수양한 인물이라도 죽음은 어려운 상대였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 같은 심정이라는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통해 “인간은 존엄하다”라는 명제가 어떻게 성립되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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