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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최민식 만나 5분도 되지 않아 ‘아, 되겠다!’ 생각했다

뤽 베송 감독 인터뷰

-어떻게 <루시>를 시작하게 되었나. =<루시>의 시작은 우리의 두뇌와 세포에 대해 연구하는 한 교수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암세포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나에게 사람의 세포가 작용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내가 이해한 것은 세포의 진화는 사람의 그것과 동일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너무 신기했고, 나는 오랫동안 사람의 ‘지능’(intelligence)에 관련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영리하지 않은 편이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에야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웃음)

-루시는 이제껏 당신이 발전시켜왔던 강한 여성 캐릭터의 연장선상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여성 캐릭터를 옹호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아, 뤽 베송? 강한 여성 캐릭터?’라는 식의 공식이 정해지길 원치 않는다. 나는 그저 평등한 시선을 원할 뿐이다. 예를 들면 <그랑블루>는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고, <레옹>은 두 남녀에 관한 이야기다. <제5원소> 때는 브루스 윌리스와 밀라 요보비치가 있었다. 나는 그저 좋은 역할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는 저널리스트들이나 비평가들이 나를 페미니스트의 카테고리에 넣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인간의 지성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슈퍼히어로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여성 캐릭터를 발전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음…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처음에 아주 약한 존재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린 여학생, 그리 똑똑하지도 않은 아주 약한 존재. 예를 들면 사자 무리에 약한 사슴을 던져넣는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은 바로 ‘아이고, 살육이 벌어지겠구나’라고 바로 이해하게 된다. 같은 상황에 코끼리를 던져넣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아주 순수한 누군가가 필요했다. 22, 23살 정도에 그리 똑똑하지도 않고, 앞으로 살면서 뭘 할지도 모르고, 친구들과 파티에 가고, 쇼핑을 하고, 남자친구가 있는. 뭐 이런 평범하고 약한 존재가 뇌사용 100%에 도달해서 모든 지식과 힘을 갖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중심 줄기다.

-이 역할에 스칼렛 요한슨을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녀가 훌륭한 배우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캐스팅을 할 때는 상대방을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결정할 수 있다. 이 상황은 두 마리의 개가 서로를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 것과 비슷하다. 왜냐하면 적어도 6개월간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관계니까. 이야기를 이해하는지 등도 중요하지만 루시는 연기하기에 무척 까다로운 역할이다. 왜냐하면 뇌사용 25%에 도달한 이후부터는 보통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을 배제하고 연기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떠다니는 존재 같아야 한다. 스칼렛은 이 역할이 어떤 것인지 바로 이해했고, 아주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 사실 다른 배우들은 예쁜 스타가 되기를 원했고 힘들거나 더러운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최민식은 어떻게 캐스팅했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상 아시아계 악당이 필요했다. 몇몇의 훌륭한 아시아계 배우들의 리스트가 있었고 그중 몇몇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다. 최민식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가 (영어 한마디 못하는) 그에게 두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요약해서 설명했다. 사실 만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아, 되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두 사람이 동시에 가진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작업하는 동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표정이나 몸짓을 이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우리는 둘이서 너무나 코믹했다.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간단한 몸짓으로 서로를 쉽게 이해했다.

-최민식이라는 배우이자 사람에게 특별하게 느낀 점이 있다면. =그의 인자함이 인상 깊다. 그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촬영 중 특히 재미있었던 건 악마 같았던 존재가 컷 사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부드러운 천사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루시>를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루시>에는 ‘히어로’가 없다. 물론 ‘슈퍼파워’, ‘슈퍼인텔리전시’는 있다. 히어로 영화들을 보면 언제나 누군가가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고, 누군가는 언제나 이 세계를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루시>에는 이런 것들이 없다. 루시는 슈퍼파워를 갖지만, 그녀는 어떻게 이 힘을 갖게 됐는지 또 그 힘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인류의 진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영향을 받았나. =뭐,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참고를 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11살 때 봤는데 좋았지만 결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나에게는 너무 복잡했다. 하지만 관객에게 주어졌던 일종의 도전이라는 점에선 무척 좋았다. 물론 <루시>에서는 이런 점들을 아주 약하게 사용할 예정이다. 그냥 집중하고 본다면 누구나 <루시>의 결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상영 도중에 오락게임을 하거나 팝콘만 먹었다면, 끝에 가서 ‘이게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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