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양자로 들인 남자.’ 한 목사의 극적인 삶에 대한 설명 중 일부다. 손양원 목사는 1902년에 태어나 일제강점기, 광복 등 역사의 격변기를 거친 뒤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숨을 거뒀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여수 나환자촌에 위치한 교회, 애향원을 떠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존경받기 충분한 순교자의 삶이다. 그러나 그가 아들을 죽인 이를 양자로 들인 대목은 경외롭다 못해 충격적이다.
권혁만 PD가 2013년에 제작한 KBS 다큐멘터리 <죽음보다 강한 사랑-손양원>이 손양원의 삶을 어떻게든 종교인이라는 그물에 담아보려 했던 결과였다면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이를 조금은 펼쳐보려 한 결과다. 전작에서 배창복 아나운서가 도맡았던 내레이션을 4명의 화자로 분화시킨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강석우는 손양원의 양손자인 안경선을, 이광기는 손양원을, 최강희는 손양원의 맏딸 손동희를 각각 맡았다. 배창복은 감독 권혁만의 입장을 드러내는 객관적인 내레이션을 한다. 초반에 내레이션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듯 등장하는 부분이 특히 좋다. 내레이션이 분화되면서 기존에 손양원 목사에 맞춰졌던 초점이 어느 정도는 유화돼 주변 인물들을 어우른다. 특히 자신의 아버지가 손양원의 양아들이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자란 안경선 목사의 이야기에 대한 비중을 원작보다 늘린 것은 절묘한 선택이었다. 그 덕에 다큐멘터리는 손양원의 삶을 더듬는 이야기인 동시에 아버지의 가려진 삶을 찾는 한 남자의 여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