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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마지막 촬영날이 궁금해요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마틴 프리먼, 이안 매켈런, 올랜도 블룸

지난 9월24일, 런던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클라리지스 호텔에서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이하 <다섯 군대 전투>)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J. R. R. 톨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해 2001년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로 첫 영화화를 시작한 피터 잭슨 감독의 중간계 이야기가 13년 만에 종착역을 맞이한 까닭에 기자들의 공통된 호기심은 오랜 촬영의 마지막날이었고, 배우들은 각자의 시원섭섭함을 전했다. 이곳에서 빌보 역의 마틴 프리먼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부터 피터 잭슨과 함께한 이안 매켈런, 올랜도 블룸을 만났다.

3편만 더 찍을까?

이안 매켈런

-긴 여행의 마지막 촬영날이 궁금하다.

=지난주에 목소리 녹음을 완료했다. 아직 영화가 완성된 것이 아니어서 다음주에 다시 촬영장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배우로서 나의 역할은 끝났고, 이 점은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시작이 있다면 반드시 끝도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내가 호빗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을 영화 촬영 셋쨋날에 촬영했는데, 그때 기분이 오히려 묘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간달프를 좀더 볼 수 있나.

=일단 나도 아직 영화를 못 봐서 어떻게 나올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웃음) 하지만 이번 <다섯 군대 전투>에서 간달프의 역할이 꽤 중요하기 때문에 전보다는 비중이 커졌을거라 생각한다. 게다가 <반지의 제왕>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번 전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알 것이 아닌가! (웃음)

-피터 잭슨, 마틴 프리먼과의 작업은 어땠나.

=피터는 우리를 톨킨의 세계로 이끄는 아주 훌륭한 가이드다. 연기를 마치면 항상 ‘정말 최고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내 ‘한 3번만 더 찍어볼까?’라고 말한다. (웃음) 자신이 생각하는 뚜렷한 그림이 있고, 그것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마틴을 ‘영화 연기의 교과서’라고 부른다. 그는 같은 장면을 찍을 때 결코 반복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하며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 사려깊게 연구하는, 그래서 관객에게 캐릭터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아주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레골라스는 젊어지고 나는 늙었다

올랜도 블룸

-‘레골라스’는 당신의 영화 인생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캐릭터다.

=이제 정말 끝났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슬프기도 하다. <반지의 제왕>을 찍고 나서, 내가 <호빗>에 출연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것 같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 때보다 10여년이 흐른 뒤, 그때보다 어린 ‘레골라스’를 연기하는 것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레골라스는 시간을 거슬렀지만, 나는 그때보다 분명 늙었다. (웃음) 대신 경험이 쌓였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 속 레골라스를 생각하면 가끔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호빗> 촬영을 위해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다시 꺼내보았나.

=<반지의 제왕>시리즈가 끝나고 나서 다시 보지는 않았다. <호빗>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면서는, J. R. R. 톨킨의 중간계 이야기를 한꺼번에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나의 아들이 좀더 크면 함께 보고 싶다. 그때 아들이, ‘그만 보고 싶다’고 하면 근엄하게 ‘가만히 앉아서 끝까지 봐!’라고 할 생각이다. (웃음)

-<호빗> 역시 3년여에 걸쳐 촬영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사실 <반지의 제왕>도 그렇고, 이미 스토리가 명확하게 있는 작품이라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또한 피터는 3년의 촬영 기간 동안 세트장 등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실제로 2년 만에 찾은 뉴질랜드 세트장은 딱 2년 전의 그때 그 모습으로 우릴 맞이했다. 오히려 그사이 내가 변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반드시 끝은 있어야 한다

마틴 프리먼

사소한 일들에 쉽게 감정적이 된다는 마틴 프리먼은, 시작한 일의 끝맺음을 잘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 중간계에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빌보라는 역할에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드라마 <셜록>과 영화 <호빗>을 통해 세계적 인기를 얻은 그와 <호빗>과 그의 달라진 삶, 최근 출연한 연극 <리처드 3세>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3년은, 당신의 배우 인생에 커다란 변환점이 되었을 것 같다.

=<셜록>과 <호빗>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내 삶도 매우 드라마틱하게 바뀌었고 이 부분을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조금 더 바빠졌고, 그에 따라 감수하고 희생해야 하는 나의 사적인 영역도 늘었다. (웃음) 내 이름이 사라지고, 캐릭터 이름이 나를 대신하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노력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되었다.

-빌보는 사실, 내재된 어두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나 역시 세상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곳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만 해도 재미있는 것,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다만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은 싫어한다. 어떻게 삶이 그저 재미있거나 즐겁거나 화가 나거나 우울할 수만 있나. 빌보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빌보를 연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고 즐거웠던 것 같다.

-지난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와 이번 영화에서 빌보는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빌보는 사실 1편에서 2편으로 갈 때 변화가 많았던 캐릭터다. 때문에 2편과 3편 사이에서는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아직 3편을 보지 못해 장담할 수는 없지만, 3편에서는 빌보의 삶에 드라마적 요소들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사용되는 특수효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호빗> 시리즈는 당신의 평소 생각과는 정반대의 작품이다.

=CGI 없이 <호빗>은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나는 영화에는 언제나 시각적 특수효과가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1900년대에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그저 뒤로 돌려감는 모습만 봐도 사람들은 놀라고 즐거워하지 않았나. CGI는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최신의 발전물이고, 때문에 당연히 필요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이러한 특수효과보다는 이야기가 좀더 힘이 있다고 믿는 쪽일 뿐이다.

-좋아하는 것의 마지막을 보는 것에 특히 매료된다고 했다. 한데 내년에 또 <셜록>의 왓슨 박사로 분한다고 들었다.

=(웃음) 시즌제니까. 하지만 나는 어떤 일이든 반드시 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셜록>을 12년 동안 반복해서 한다고 생각해보라. 어느 순간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니까 <셜록>도 그 시점에 다다르기 전에는 끝을 볼 것이다. (웃음)

-최근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 무대는 내가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한 곳이고 내가 평생 연기를 하게 될 곳이라 생각한다. 특히 런던에서 ‘셰익스피어’극을 하는 것이 너무 좋다.

-이번 <리처드 3세>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리처드 3세라면, <호빗>에 함께 출연한 이안 매켈런이 전문가니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 같다.

=이안과 리처드에 대해서는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물론 나는 이안을 매우 존경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연극은 누군가의 조언보다는 텍스트 그 자체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어보고, 그에 맞는 무대 위 동선을 생각하고 목소리 톤을 고민하는 것. 이것이 내가 이번 연극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톰 크루즈는, 일전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 영국 출신 배우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견에 동의하나.

=글쎄. 사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배우들, 그러니까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는 다 미국 출신 배우다. (웃음) 영국 출신 배우들에게 만약 그런 특별한 힘이 있다면, 연기에 다가서는 방식이 조금 달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해봤다. 미국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영국 출신 배우들은 극연기를 먼저 배운다. 영국은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고 또한 디킨스와 셰익스피어의 나라다. 중학교 필수과목으로 영문학이 있고, 선택 과목으로 드라마도 있다. 이때부터 셰익스피어와 디킨스를 읽고 분석하기 때문에 어쩌면 영국 배우들에게는 셰익스피어와 디킨스라는 영문학의 DNA가 흐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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