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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리스트를 살해한 억만장자 <폭스캐처>
이화정 2015-02-04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금메달리스트인 형 데이브(마크 러팔로)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형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던 그는 어느 날 존 듀폰(스티브 카렐)으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스카우트 전화로 형에게서 독립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존 듀폰과 마크의 ‘행복한’ 조우는 잠시뿐이었다. 마크에게 만족하지 못한 존 듀폰은 다시 그의 형 데이브를 찾게 되고, 마크와의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카포티>와 <머니볼>에 이어 베넷 밀러 감독이 주목한 실화는 199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건, 바로 금메달리스트를 살해한 억만장자 존 듀폰 사건이다. 정신이상, 코카인 중독 등의 원인이 거론됐지만 실제 존 듀폰의 범행 동기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외부인인 슐츠 형제가 듀폰가에 들어가 느끼는 불안감, 미스터리함은 결국 존 듀폰의 어두운 심연과 맞닿게 된다. 평생 어머니의 인정욕구에 시달리며 자란 존 듀폰은 몸은 자랐지만 성장하지 못한 ‘아이’에 불과했다. 사춘기 시절 단짝 친구가 어머니의 돈으로 매수되었다는 걸 안 그는, 돈으로 취미생활을 즐기고, 돈으로 개최한 경기에서만 우승을 할 수 있는 ‘불구’로 자란다. 그런 그에게 슐츠 형제는 한때 아꼈지만 지금은 싫증이 나 처분하든 말든 상관없는 기차놀이 세트와 다를 바 없다. 자신을 ‘멘토’로 거짓 치하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존 듀폰의 초점 없는 눈빛은 이 사내의 공허했던 지난 삶을 고스란히 압축해주는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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