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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키지 않은 시대의 우화
정지혜 사진 백종헌 2015-02-24

<손님> 김광태 감독

<손님>

출연 류승룡, 이성민, 이준, 천우희, 정경호 / 제작 유비유필름 / 배급 CJ E&M / 개봉 하반기

Synopsis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과 아들 영남(구승현)은 우연히 지도에도 없는 산골 마을에 들어선다. 그곳은 시끄러운 바깥세상과 달리 마을 촌장(이성민)의 강력한 지도 아래 모든 게 평화로워 보인다. 단 하나,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쥐떼들이 골칫거리다. 마을 사람들은 이방인인 우룡에게 쥐떼를 없애주면 목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우룡은 피리를 불어 쥐들을 쫓아내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와의 약속을 어긴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을 둘러싼 비밀스럽고 충격적인 사실들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쥐떼가 들끓는 마을에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사내에게 쥐를 없애주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사내는 피리를 불어 쥐떼를 소탕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사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내는 배신을 당한다. 마을의 진짜 비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독일의 오래된 전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이 기묘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전설이 김광태 감독의 데뷔작 <손님>의 기본 뼈대가 됐다.

김 감독은 어째서 이 이야기에 꽂힌 걸까. 그는 “<손님>은 ‘약속’에 대한 영화다. 특히나 지금 이 시대의 넘쳐나는 비정규직 문제, 사람을 쉽게 고용하고 쉽게 버리는 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다만 그걸 너무 직접적이지 않게, 은유적으로 풀어서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길 바랐다. 그런 면에서 이 전설은 충분히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손님>이 원작과 크게 다른 점은 시대적 배경을 1953년 한국전쟁 직후로 옮긴 데 있다. 전쟁으로 모든 게 파괴된 상황에서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과 그의 아들 영남(구승현)은 지도에도 없는 산골 마을에 이르게 된다. “쥐떼니 피리 부는 사내니 하는 동화적 이야기가 현실성을 갖고 그럴듯해 보이는 게 관건이었다.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기존의 가치관이 모두 무너지고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폐해진 상태라면 동화적 판타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그런 불안정한 시기에는 되레 (기존의 가치관을 고수해온) 과거 사람들이 숨기고 억누르려고 했던 것들이 드러나고 까발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지를 분명히 알고, 그걸 어떤 그릇에 담아내야 그럴듯해 보이는지를 명쾌하게 답할 줄 아는 신인감독에게서 믿어볼 만한 안정감마저 느껴진다.

여기에 <손님>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건 스타성과 화제성을 두루 갖춘 배우들의 출연이다. “능글맞으면서도 순박해 보이는, 그러나 어느 한순간 매섭게 돌아서는 느낌이 뒤섞여 있는 우룡 역에 류승룡 선배가 정말 잘 어울려 보였다. 피리를 부는 악사 역인데 난타 공연 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더라. 마을의 절대자인 촌장으로 등장하는 이성민 선배는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피로감이 느껴지는 인물을 보여줬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주인공인 천우희씨는 <한공주> 시사회 때 보고 마음을 굳혔다. 정말 운이 좋았다. (웃음)”

김광태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과(95학번) 재학 시절 <질주>의 소품 담당으로 처음 영화 현장을 경험했고 <로드무비>로 연출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줄곧 감독 데뷔의 순간을 기다려왔다. “오래 준비한 시나리오가 엎어진 후 정말 마지막이구나 싶을 때 <손님>을 만났다. 그만큼 촬영하는 매 순간이 기분 좋았다. 부디 관객에게 이 영화가 DVD나 블루레이로 소장해서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 되길 바란다.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뿐 아니라 집시풍의 월드뮤직으로 듣는 즐거움도 더했으니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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