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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세번의 원 테이크

베를린국제영화제 화제작 <빅토리아> 제바스티안 시퍼 감독 인터뷰

기자시사회가 열린 뒤 가장 큰 환호와 갈채를 받은 <빅토리아>는 140여분을 원 테이크로 찍어낸 무시무시한 영화다. 베를린에 사는 스페인 출신 20대 여성 빅토리아는 클럽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 껄렁한 독일 청년들이 말을 걸자 편견 없이 이들과 잠시 어울린다. 젊은이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설렘을 나누며 ‘지금, 여기’를 생생하게 느끼는 현장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외로운 젊은이들이 마음을 나누는 낭만적 분위기를 잡아내지만 느닷없이 상황이 반전되며 범죄와 추적에 휘말리는 하드보일드 장르영화로 급변한다. <빅토리아>의 제바스티안 시퍼 감독은 대강의 스토리와 상황을 알려주고 배우들의 즉흥연기와 대사에 의지해 몇번의 리허설을 거친 뒤, 세번의 원 테이크 촬영을 했고 세 번째 테이크를 편집 없이 그대로 썼다고 한다. 일간 <베를리너차이퉁>은 “극단적이고, 용감하고, 감동적인 영화”라며 이 작품이 “꼭 금곰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빅토리아>는 예술공헌상을 수상했다.

<빅토리아>

-이런 영화를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지 묻고 싶다. 어떤 장면은 즉흥적으로, 어떤 장면은 계획해서 찍은 건가.

=비현실적이라 할 만큼 사기가 충만했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촬영이 실패할 것 같아도 계속 진행했다. 스탭들 또한 모두 마음을 합해 작업에 임했다. 세번을 원 테이크로 찍었다. 그때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배우들과 영화 전체에 대해 이야기할 뿐 각각의 장면이나 대사 등 세세한 부분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건 엄청나게 흥분되고 멋진 경험이었다. 이 영화의 촬영은 원래 비현실적인 아이디어였지만, 끝까지 실현했고, 영화를 완성했다는 자체가 이 세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체험이었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빅토리아>는 장르영화다. 최근 독일영화 중에서 장르영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처음부터 장르영화를 찍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다만 ‘은행강도’라는 소재를 영화로 옮기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생각해보다가 범죄 몇 시간 전과 그 후에 일어날 일들을 상상해보았다. 그런 다음 범죄사건의 전과 후를 모두 잇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이 작품을 원 테이크로 찍게 된 동기가 뭔가.

=스포츠 경기처럼 원 테이크로만 찍는 게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었다. 배우들의 촬영에 관한 몰두와 순간적인 집중이 더 중요했다. 감독으로서 나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배우들 자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즉 배우들에게 즉흥적인 연기를 하도록 더 많이 할애했다. 이는 기술을 뛰어넘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실수와 위험, 억압된 느낌과 공격성, 이러한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려면 원 테이크 촬영이 필요하다고 봤다.

-<빅토리아>는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잘 잡아냈다. 어떻게 이 부분에 집중할 생각을 했나.

=최근의 젊은이들을 보면 짠한 마음과 함께 그들에게 무조건적인 연대감을 느낀다. 빅토리아가 스페인에서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유럽 경제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뉘앙스의 말.-편집자) 나는 이 영화를 통해 가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조명하고 싶었다. 그들은 영화 속 남자들처럼 삶에서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영화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 연대하는지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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