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명스럽게 생긴 초록 괴물(슈렉)이 동화책을 찢어 엉덩이를 닦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 ‘오리지널 비틀기’는 언제부턴가 고전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가 지녀야 할 필수적인 미덕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틀기’가 계속될수록, 자극적인 새로움에 대한 관객의 피로도 또한 누적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가끔은 백설공주가 발리우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봐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디즈니의 신작 <신데렐라>는 <슈렉>(2001)과 정반대의 의미로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부부터 너무도 자연스럽게 원작 동화와 입장을 달리하는 지점을 찾고자하는 관객의 심리를, <신데렐라>는 보기좋게 배반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 엘라(릴리 제임스)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계모와 새언니들의 핍박 속에서 재투성이 신데렐라로 살아가는 와중에도 엘라는 고운 마음씨를 간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숲속에서 신분을 감춘 왕자와 만나게 되고, 그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국왕이 주최한 성대한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가 원작 동화 <신데렐라>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데렐라>의 연출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는 “원작의 평화롭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했다고 말한 바있다. 그의 말대로 <신데렐라>의 목적은 21세기 할리우드의 최첨단 기술과 정교한 프로덕션을 뒷받침할 자본력이 어떻게 원작의 클래식한 감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알고 있는 대사와 상황이라 해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어떤 로맨티시즘이 이 영화에는 있다. 이를테면 계모에게 찢겨 너덜너덜해진 드레스가 요정 대모의 마법으로 푸른색 드레스로 변할 때. 혹은 반짝이는 유리구두를 마침내 그녀가 신게 될 때.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어떠한 비틀기 없이 그대로 전하는 <신데렐라>는 지극히 착하지만 그 착함이 실소로 이어지지 않을 만큼의 우아함과 기품을 간직한 영화다. 케네스 브래너를 비롯한 영국 출신의 제작진이 디즈니의 이 새로운 영화에 이식한 미덕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