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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들여다본 관계의 속성 <송 원>

인류학 연구생 프래니(앤 해서웨이)는 모로코에 머물던 중 동생 헨리(벤 로젠필드)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통기타를 메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아마추어 뮤지션 헨리는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온 프래니는 헨리가 남긴 흔적을 더듬다 동생이 싱어 제임스 포레스터(조니 플린)의 광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프래니는 때마침 내한한 제임스의 공연장으로 찾아가 그에게 동생의 데모 CD를 전달하며 동생의 존재를 알린다. 이후 제임스가 병실에 직접 찾아와 헨리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이를 계기로 프래니와 제임스는 사적인 만남을 시작한다.

음악을 매개로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음악 멜로물의 공식과도 같다. <송 원>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혼수상태에 빠진 동생이라는 매개체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목민의 생활상을 연구하기 위한 프래니의 여정은 헨리의 사고 이후 동생의 과거를 더듬는 여정으로 대체된다. 그 과정에서 만난 제임스는 5년째 곡을 쓰지 못해 예술적 정체상태에 빠진 사람이다. 혼수상태에 빠진 헨리는 프래니와 제임스의 정체된 과거에 대한 상징물처럼 보인다. 프래니는 제임스를 통해 동생과의 관계를 치유하고, 제임스는 프래니와의 관계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찾아간다. 영화의 초점은 관객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달콤한 로맨스가 아니다. 어쩌면 허무하다고도 할 수 있는 관계의 속성을 음악과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영화의 의도인 듯 보인다. 멜로물이라기보다는 순간의 충만감을 향해가는 일상의 로드무비에 가까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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