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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로 스토리텔링
김현수 2015-04-14

<버드맨> <위플래쉬> <셀마>의 재즈 사용법

저스틴 휴리츠의 <위플래쉬>.

최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편의 영화 <버드맨>과 <위플래쉬>, 그리고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삽입곡 <Glory>로 주제가상을 수상한 영화 <셀마>는 모두 재즈 뮤지션들이 영화음악에 참여했다. 이 세편의 영화음악을 주목하는 이유는 재즈 고유의 역사와 장르적 특성이 영화의 주제나 형식과 맞아떨어져 음악을 단순 전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버드맨>은 영화 전체가 단 한컷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끔 형식적 실험을 감행한다. 프레임 혹은 영화에 갇혀 주인공 리건(마이클 키튼)의 상황을 관객이 체험할 수 있게끔 하려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의도가 담긴 연출이다. 거기에 더해 영화 전체에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재즈의 즉흥성을 빌려온다. 사운드 디자이너인 마틴 헤르난데스는 리건이 어딘가로 이동할 때마다 타이밍에 맞춰 타악기 후렴구가 계속 나오도록 배치했다. 멕시코의 드럼 연주자 안토니오 산체스가 이를 위해 영화에 필요한 주제나 감정을 토대로 60곡 정도를 즉흥적으로 녹음했다. 이 곡들은 극중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장면 리듬을 이해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자아의 발견, 혹은 예술적 성찰을 향한 리건의 여정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흐름과 연결된 드럼 연주는 영화의 핵심 주제로 향하는 방향키로 작용한다.

안토니오 산체스의 <버드맨>.

<위플래쉬>의 드럼 연주 장면은 마치 액션영화처럼 편집됐는데 ‘더블 타임 스윙’이라는 물리적인 행위의 울림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또한 영화에 단 한번도 <위플래쉬>의 전곡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감동’ 전달이 목적인 다른 음악영화의 문법을 배반한다. 이를 위해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자신의 하버드대 동문이자 교내 밴드 동아리 동기인 저스틴 휴리츠와 할리우드 오케스트레이터인 팀 시모넥에게 전체 음악 디자인을 맡겼다. 휴리츠와 시모넥은 1930년대 빅밴드, 바로크 음악, 오케스트라 등의 요소를 활용해 관객에게 일종의 ‘무비 재즈’를 전달한다. 음악 자체가 아닌 앤드류(마일스 텔러)의 연주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재즈에 변형을 가했다.

한편, 미국 흑인 인권운동 역사에 길이 남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사건과 평화행진을 소재로 한 영화 <셀마>는 재즈를 단순히 음악이 아닌 역사적 차원으로 접근함으로써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정신과 그 파급을 음악으로 전달한다. 이 영화로 할리우드 영화음악가에 데뷔한 제이슨 모란은 “재즈를 배울 때 이것을 단지 음악으로만 배우지 않았다”며 저항전신이 곧 재즈정신이라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그리하여 모란은 1900년대 보드빌 퍼포머인 버트 윌리엄스를 비롯해 폴 로브슨, 맥스 로치, 찰스 밍거스, 듀크 엘링턴 등의 흑인 거장 뮤지션들을 연상케 하는 곡은 물론, 블루스와 가스펠 등의 장르 뿌리를 분명히 밝히는 곡들로 사운드트랙을 꽉꽉 채웠다. 또한 당시 뮤지션들의 지역차에 따른 음악색의 차이를 현대적인 샘플링 효과로 멋지게 부활시켰다. 그러면서도 모란은 단지 영화음악이 현대적으로만 들리는 것을 경계한다. 그의 의도는 음악으로 역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셀마>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현실을 깨닫게 만드는 근래 보기 드문 예술적 에너지를 내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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