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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영화 - <가방 속의 8머리>
2001-03-15

좌충우돌 `머리` 소동

8 Heads In A Duffel Bag 1997년,

감독 톰 슐만

출연 조 페시, 크리스티 스완슨

드라마넷 3월3일(토) 밤 11시30분

<가방 속의 8머리>는 얼마 전 개봉했던 <미트 페어런츠>를 잔혹극과 뒤섞은 듯한 영화다. 약혼자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찰리(앤디 카미유)는 비행기에서 짐이 뒤바뀌는 통에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그냥 짐이 사라지든가 누드잡지 정도나 들어 있으면 별탈이 없겠지만, 이 가방 안에는 사람의 머리가, 그것도 8개나 들어 있는 것이다. 머리가 든 가방을 발견한 찰리는 기겁해 숨기려 하지만, 장인이 될 딕이 오히려 살인범으로 몰려 구속된다.

고생하기는 살인청부업자 토미(조 페시)도 마찬가지다. 늘 껄끄러운 일만 맡아온 토미는 살해한 조직원 8명의 머리를 잘라 의뢰인인 멕시코의 갱두목한테 운반하는 임무를 맡는다. 비행기에서 짐이 바뀐 것을 안 토미는 찰리의 행방을 알기 위해 미국으로 되돌아와 찰리의 두 친구를 고문한다. 우여곡절 끝에 찰리의 소재를 알게 된 토미는 그의 두 친구를 앞세워 다시 멕시코로 가고 의뢰인의 조직원까지 가세하면서 머리 찾기 소동은 점점 난장판이 돼간다.

<가방 속의 8머리>는 분명 해괴한 이야기를 시침 뚝 떼고 농담에 뮤지컬까지 종횡무진 활보한다. 너무 태연해서 그게 사람이 아니라, 고삿상에 올릴 돼지머리 정도로밖에 안 느껴질 정도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거의 전적으로 조 페시 덕이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조 페시”라고 말했다. 사악함과 유머를 태연하게 하나의 표정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배우가 바로 조 페시다. “그가 나오는 모든 장면이 재미있다”고 에버트는 덧붙였다. 머리의 행방을 캐기 위해 찰리의 두 친구를 갖가지, 다소 유치한 방식으로 고문하는 장면은 그중에서도 가장 웃긴다.

<가방 속의 8머리>의 장점은 그 밖에도 더 있다. 찰리의 친구 어니로 나온 제임스 스페이드, 알코올중독자 장모 역의 다이앤 캐논도 열심히 거들고 있고, 감독인 톰 슐만은 <죽은 시인의 사회>(1989)같은 점잖은 시나리오부터 <아이가 줄었어요>(1989),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1991) 같은 황당한 코미디 시나리오까지 가리지 않는 재주꾼이다. 감독데뷔작인 <가방 속의 8머리> 각본 역시 직접 썼는데, 다른 건 몰라도 웃음을 전달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 출중함만은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