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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신이 말하는 대로> IPTV 디지털 개봉
김현수 2015-05-21

IPTV 디지털 개봉작 <신이 말하는 대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신작 <신이 말하는 대로>가 5월21일, 극장 상영 대신 IPTV 디지털 개봉 방식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지난 4월6일, <신이 말하는 대로>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시도 쉬지 않고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을 만나기 위해 도쿄의 도호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만화 같은 상상력 뒤에 때론 진지한 현실 문제도 담아내길 주저하지 않는, 누가 봐도 ‘미이케’스러운 매력을 뿜어내는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의 소개와 더불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고민하는 그의 생각이 담긴 인터뷰도 싣는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빨리 찍기로 유명하다. 본인은 ‘다작 감독’이라 불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듯하지만 이제는 그의 신작을 한해에 두편이나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신작 개봉 프로모션 행사에서 “이미 두편의 영화를 완성했고 다음 달이면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는 대답을 듣고서야, 이 감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얼마나 쉬지 않고 달려나가고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미이케 감독의 다작의 원천을 굳이 따져 묻는다면, 평소 그가 눈길을 두고 있는 관심사가 무척 다양하다는 점에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화와 소설, 게임과 뮤지컬 등 장르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영화화하길 주저하지 않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나 친한 프로듀서, 조감독들이 서로 경쟁하듯 그에게 “이 작품 읽어봤냐”고 추천을 한다. 가네시로 무네유키 작가의 만화 <신이 말하는 대로> 역시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다가 우연히 감독 본인이 직접 원석을 발견하게 된 경우다. 평화로운 학교에 들이닥친 정체 불명의 존재에 맞서 평범한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잔혹한 게임을 이어나가는, 단순하면서도 다소 황당한 이야기에 미이케 감독은 은근히 빨려들어갔다.

일본에서만 320만부가 팔려나가며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신이 말하는 대로>는 살고 싶어 하는 누군가의 생존 본능이 결국엔 누군가를 죽이는 꼴이 되고 마는 ‘죽음의 게임’ 원칙에 입각해, 아이들이 괴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다룬 만화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가 앞장서서 어린 괴물들을 ‘신격화’하면서 여론을 조장하는 설정이 등장하는 등 현실에서의 기시감이 느껴지는 과감한 이야기 전개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미이케 감독 역시 원작 만화를 처음 읽자마자 “이 작가는 기존 사회를 다 깨부수려 하는 것 같다”면서 독특하면서도 자기파괴적인 매력에 사로잡혔다. 그는 원작 안에서 묘사하고 있는 온갖 잔혹한 묘사 정도만 수위를 조절해 표현하면 영화화하는 데는 별다른 장애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다만, 영화화의 기준으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효능을 최우선으로 삼는 미이케 감독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청춘 스타들을 끌어모아 영화의 톤을 한층 화사하게 만들었다. 이름도 비슷한 후쿠시 소우타와 소메타니 쇼타를 비롯해 가미키 류노스케, 유키 미오, 야마자키 히로나 등의 젊고 유능한 배우들이 처절한 죽음 게임에 기꺼이 동참했다.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어느 고등학교의 수업 시간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 타카하타(후쿠시 소우타)는 따분한 수업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선생님의 머리가 터져버리며, 그 안에서 다루마(복을 부르는 오뚝이 인형)가 튀어나와 다루마가 넘어졌다 게임을 멋대로 시작하고는 탈락하는 학생들을 하나 둘씩 죽이는 모습을 코앞에서 목격한다. 학생들을 상대로 미지의 존재가 죽음의 게임을 벌이기 시작한 현장에서 타카하타 역시 강제적으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다루마가 넘어졌다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원조 격으로 다루마가 돌아봤을 때 움직이는 사람은 여지없이 머리가 터져 죽게 되는 식이다. 타카하타를 비롯해 몇몇 살아남은 아이들은 대체 어떻게 하면 게임을 끝맺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다루마 뒤통수에 달린 버튼을 발견한다. 버튼을 누른 한명만 살아나갈 수 있는 죽음의 게임 규칙 덕분에 타카하타는 자기 반에서 유일하게 생존한다. 하지만 살아남은 타카하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잔혹하고 어려운 다음 단계의 게임이다. 첫 번째 다루마 단계를 무사히 통과한 타카하타와 그의 친구들인 아키모토 이츠카(야마자키 히로나), 타카세 쇼코(유키 미오), 아마야 타케루(가미키 류노스케) 등은 히코냥(시가현 히코네시의 마스코트 캐릭터)과의 목걸이 게임, 고케시(일본의 전통 목각인형)와의 친구 찾아 이름 맞히기 게임 등 모두 다섯 가지의 잔혹한 죽음의 게임에 차례대로 참가한다. 모든 게임의 탈락자는 여지없이 사지가 찢겨나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혹한 묘사와 흡사 판타지에 가까울 만큼 만화적인 상상력을 정교하게 결합시킨다. 정체 모를 미지의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게임에 참여하게 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짓밟으며 게임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 올라간다. 원작 만화는 이 과정에서 다소 염세적인 결말로 치달아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이케 감독은 원작의 설정과 아이디어는 그대로 살리면서 지금의 일본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 문제들을 은연중에 되새길 수 있는 영화적인 엔딩으로 과감하게 원작을 각색했다. 미이케 감독의 생각이 가장 궁금했던 것도 바로 이 각색 방향이었다. 마치 살면서 더 중요한 것을 알아가는 어른의 마음을 갖게 된 건 아닐까라는 식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그에게 던질 질문을 다듬었다.

도쿄의 벚꽃이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던 지난 4월6일,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세타가야구 세이죠 학원에 위치한 도호 스튜디오에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을 만났다. 혹자는 요새 일본영화를 보며 “또 만화 원작이냐”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러한 경향의 최전선에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도호 스튜디오다. 도호 스튜디오는 지난해와 올해 <기생수> 연작 시리즈를 성공시켜 만화 원작 영화화 사례에 큰 족적을 남겼고, 현재 <진격의 거인> 실사화 작업에 매진 중이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스튜디오 내 촬영장 곳곳에 훈련병단 제복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촬영이 한창 진행 중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한편의 유명 SF만화 <테라포마스>의 실사화 연출 촬영을 한달 앞둔 미이케 감독이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나이를 전혀 가늠하기 어려운 현란한 옷차림을 하고 나타난 그에게 <신이 말하는 대로>의 이모저모를 캐물었다.

잔혹한 게임에 초대합니다

원작 만화 <신이 말하는 대로>

원작 만화 <신이 말하는 대로>는 2011년부터 <별책 소년 매거진>에 1부가 연재됐고 현재 2부는 2014년부터 <주간 소년 매거진>에서 연재 중이다. 국내에는 1부가 5권 분량으로 정식 출간됐다. 가네시로 무네유키가 글을, 후지무라 아케지가 작화를 담당했고 표현 수위가 꽤 잔혹해서 19세 미만구독불가 등급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언급되지 않는 ‘신’의 실체를 비롯해서 쇼벤코죠우(오줌 누는 소년상)와의 줄다리기 등 몇몇 죽음의 게임 방식이 영화보다 훨씬 다채롭게 묘사되어 있다. 원작을 읽어보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영화의 표현 수위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원작보다 훨씬 밝은 톤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했음을 느낄 수 있다. 각 인물들의 어린 시절 사연이나 10대 소년 소녀들이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며 성욕을 느끼는 설정 등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선정적인 설정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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