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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함께 싸워나가고 싶다
윤혜지 사진 최성열 2015-08-04

<종이 달>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1990년대 중반 일본의 버블경제가 서서히 붕괴하던 때,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대학생 고타(이케마쓰 소스케)와 가까워진다. 형편이 어려운 고타를 위해 남몰래 은행 예금에 손대기 시작한 리카는 사랑의 쾌락에 환희를 느끼는 동시에 양심과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기 시작한다.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종이 달>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서늘하고 어른스러운 드라마다. 감독은 전작 <겁쟁이라도, 슬픈 사랑을 보여줘>(2006), <퍼머넌트 노바라>(2010) 등에서 긍정적이고 따뜻한 여성들을 그렸으나 <종이 달>에선 위태롭고 고독한 계약직 은행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야자와 리에의 8년 만의 복귀작.

-원작은 동명의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영화화한 계기는 뭔가.

=나는 돈을 비롯해 여러 압박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어디에서 자유를 느끼는지를 그리고 싶었다. 리카의 직장동료 두명은 책엔 없는 허구의 인물이다. 촬영은 모두 45일간, 예전 은행 건물이 남아 있는 도쿄 일부와 요코하마, 미토 지역에서 진행했다. 전철 장면은 고베에서, 엔딩은 타이에서 찍었다.

-색채와 명암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리카의 일상은 무채색인 반면 애정 신이나 엔딩은 컬러풀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세상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나. 원색을 주로 쓴 건 내가 파스텔톤을 좋아하지 않아서다. (웃음) 반면 리카가 일하는 은행의 제복과 벽은 압박감을 주는 모노톤이다.

-리카의 캐릭터를 만들며 특별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우린 직관적으로 영화를 찍었다. 시나리오에 꼭 맞추진 않았고 현장에서의 미야자와 리에의 연기를 보고 캐릭터를 완성해갔다. 학교 장면과 은행 장면에서는 리카가 몹시 주눅이 든 모습을 보여주며 리카의 성격을 드러냈다.

-이케마쓰 소스케와 고바야시 사토미의 훌륭한 점에 관해서도 묻고 싶다.

=이케마쓰 소스케와는 두 번째 작업이다. 3년 전 연극을 처음 연출했는데 이케마쓰 소스케가 배우 중 베테랑인 덕에 날 많이 도와줬다. 그는 지시에 맞춰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자의적으로 판단해 연기할 줄 아는 배우다. <종이 달>을 할 때도 미야자와 리에라는 큰 배우 앞에서 나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줬다. 고바야시 사토미가 연기한 스미는 리카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리카를 더 빛나게 해줬다. 마지막엔 같은 여성으로서 함께 싸워나갈 것을 약속하며 동지적 관계를 형성한다.

-사회적 압박에 분투하는 여성을 그리는 이유는 뭔가.

=사회는 주로 남성이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싸움’은 일상이다. 영화를 통해 나도 함께 싸워나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편견이거나 착각일 수 있음까지 인정한다.

-차기작은 “지금껏 해온 영화 중 가장 이상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작품은 진행 중이다. 철학적인 SF영화도 하나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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