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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즐거운 인생, 오! 행복한 마음 <쯔바이>
2002-03-14

컴퓨터 게임

<이스> <영웅전설> 등 독창적인 작품들을 내온 제작사 팔콤에 최근 몇년은 어쩐지 떳떳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예전 히트작 리메이크만 계속 출시하는 한편 완전판, 합본, 합본 완전판 등 같은 게임을 가지고 패키지를 여러 가지로 만들어 기존 팬들을 우려먹었다. 일본과 한국에 충성스러운 팬을 거느리고 있는 회사이다 보니 그럭저럭 판매는 되었다. 하지만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고, 팔콤 내부에서도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기 위해 뛰쳐나가 새로 회사를 차리는 팀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제나두>(Xenadu)의 X, <이스>(Ys)의 Y에 이어 Z의 <쯔바이>(Zwei)다. 제목이 ‘2’라서 그런지 주인공이 피피로와 포클의 두 소년소녀인 <쯔바이>는 <제나두>나 <이스>의 연장선상에 있는, 심플하지만 중독성 강한 시스템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쯔바이>만의 특징이라면 뭐라 말할 수 없는 귀엽고 사랑스러움이다. 세계의 운명을 걸고 모험을 해도, 위험한 던전에서 몬스터에게 쫓겨도 가볍고 귀엽고 즐거운 분위기는 계속이다.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보통 전투를 통해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경험치를 획득한다. <쯔바이>에선 몬스터를 잡으면 ‘술안주로 딱인’ 구운 오징어나 경단, 푸딩 등 각종 먹을거리가 떨어진다.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으면 경험치가 올라간다. 같은 음식을 열개 모으면 더 고급(?) 음식으로 바꿔주는데 이렇게 먹으면 저급(?) 음식 열개를 먹는 것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다 싸들고 다니다가 한꺼번에 바꿔 먹으면 좋을 것 같지만 들고 다니는 아이템 수에 제한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 떨어졌던 체력 역시 회복되는데, 고급 음식이라고 체력이 열배로 회복되는 건 아니니 체력 회복면에서는 고급 음식으로 바꿔먹는 게 오히려 손해다. 결국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 개수, 얻을 수 있는 경험치의 증가분, 체력회복 필요성의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나름대로 아이템 수집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귀여움의 절정은 애완동물 시스템이다. 피피로와 포클이 돌아다니다 우물에 떨어져서 슬프게 우는 개(혹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구해낸다. 이제부터는 어딜 가든 함께다. 졸졸 쫓아다니는 녀석의 애교가 살벌한 던전에서 위로가 되는 건 물론이고, 은혜를 갚을 생각이라도 하는 건지 기특하게도 여기저기서 돈이나 음식을 주워온다. 다른 게임에서는 그냥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하고 습득하는 과정을 애완동물을 끌어들여 이런 식으로 귀엽게 처리했다. 애완동물 시스템은 데스크톱 액세서리와도 이어진다. 게임실행중이 아닐 때도 윈도 한 귀퉁이에서 이 녀석이 열심히 돌아다닌다. 배고프면 밥달라고 울고, 배부르면 벌렁 뒤집어서 뒹굴거린다. 귀엽고 경쾌해서 국내 게이머들 취향에도 잘 맞을 <쯔바이>지만 국내에선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와레즈에서 일본판이 이미 풀려버렸기 때문이다. 할 만한 사람은 다 공짜로 해본 상황에 출시를 꺼리는 건 유통사 입장에서 당연하다. 그런데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일본판에 답답해하는 유저들을 중심으로 국내 출시를 위한 서명운동과 정품 사기 캠페인이 벌어졌고 덕분에 4월쯤 한글판이 나온다고 한다.

와레즈에서 공짜로 다운받아 플레이하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정품이 출시되지 않으니 결국은 손해다. 과연 <쯔바이> 한글판이 얼마만한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물론 음악시디 3장이 포함된 아름다운 은빛 일본판 패키지가 한글판에도 충실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박상우/ 게임평론가 www.MadorDea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