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명한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을 영화화한 작품. 크리스마스날 아침, 료코(후지노 료코)는 친구와 등교하다가 눈 쌓인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인 가시와기의 시신을 발견한다. 경찰과 학교는 성급히 자살로 결론짓지만, 여드름 때문에 무시당하는 주리(이시이 안나)와 친구 마츠코는 신분을 감추고 불량학생 오이데 일당이 범인이라는 고발장을 보낸다. 학교 폭력에 대한 의혹은 쌓여가고, 방송기자가 고발장을 보도하면서 사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 가시와기의 친구 간바라(이타가키 미즈키)가 찾아오면서 료코는 교내 재판을 열어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솔로몬의 위증 전편: 사건>(이하 <사건>)은 눈속에 죽어 있는 가시와기의 뚜렷한 얼굴을 길게 비추며 대장정의 시작을 알린다. 대번에 섬뜩함을 안기는 이 장면은 앞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볼 것이라는 감독의 선언처럼 보인다. 많은 말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인물간의 대화가 끝난 후에도 프레임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의 얼굴에 시선을 두는 데에 한참을 보낸다. 1989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명시한 채 출발한다는 것은 <사건>이 결국 버블 경제의 붕괴의 징후를 보란 듯이 끄집어내고 있음을 드러내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사건> 속의 캐릭터들에게는 이렇다 할 표정이 없지만, 지금 이 사건을 통과‘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의지만큼은 그 낯에 선연히 드러난다.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아이들의 맑은 얼굴이 마음을 움직인다. 곧이어 9월3일에는 <솔로몬의 위증 후편: 재판>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