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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인턴> 낸시 마이어스 감독, “히어로영화? 0%도 관심 없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

낸시 마이어스 감독

-전작 이후 6년이나 지났는데, 왜 이렇게 차기작을 만드는 데 오래 걸렸나.

=다른 프로젝트는 없었다. 늘 작품을 끝낸 후 1년간은 쉬곤 한다. 가족 중 한명이 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그 뒤엔 딸이 결혼해서 손자를 안겨줬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1년간 집필하고, 지난해 내내 영화화를 준비했다. 제작하기 힘든 영화였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요즘 극장에 가봤으면 알겠지.

-하지만 당신은 ‘낸시 마이어스’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웃음) 이 영화는 요즘 영화와는 많이 다르니까. R등급(미성년자 관람불가) 코미디도 아니고 버디 코미디도 아니다. 영화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스튜디오에서는 블록버스터 제작에만 관심이 있다. <인턴>은 그런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다. 거기에 여성과 나이 든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여자나 나이 든 남자가 이 세상에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웃음) 워너브러더스가 나타나서 다행이지 거의 포기상태였다. 마당에 그냥 묻어버릴까도 생각했으니까.

-앤 해서웨이를 캐스팅한 이유는 뭔가.

=앤이라면 정말 이런 회사를 창립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사 과정에서 스타트업 회사 대표들을 많이 만났는데, 거의 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이고, 똑똑하고, 패션에 강하다. 이런 환경에 그녀가 잘 어울렸다. 또 오스카상을 받은 여배우이기도 하고, 밥(로버트 드니로의 애칭)처럼 코미디와 드라마에 능숙한 배우니까.

-그리고 로버트 드니로라는 아이콘도 캐스팅했다.

=그동안 많은 배우들과 작업했지만 이렇게 배역에 더 많은 것을 가져오는 배우는 처음이다. 드니로 하면 모두들 터프가이를 생각한다. 코미디영화에서도 다소 무서워 보이는 역할을 자주 맡곤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익숙한 그의 이미지를 전혀 찾을 수가 없지 않나. 젠틀맨이며 의지가 되는 남자. 바로 이것이 진짜 밥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뉴스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재미삼아 교육이나 자원봉사 등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봤다. 그리고 남자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내가 대학을 졸업했을 때에는 여성들의 인권, 자유에 대한 운동이 많았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것을 지켜봐왔는데 그동안 남자들은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의문을 갖게 된 거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소년 같은 ‘맨차일드’(미성숙한 20, 30대 남자들을 일컫는 말)와 진짜 남자인 벤을 대조시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주도권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여성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시선으로 여성을 그리니까. 나까지 거기에 동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성공한 여성의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남자와 달리 여자가 성공할 경우, 이에 따른 불이익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무척 많은 테마를 가진 영화다. 만들어진 게 기적이다. (웃음)

-벤의 대사 중 “뮤지션은 그들의 마음속에 더이상 들려줄 음악이 없을 때 그만둔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어떤가. 은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물론. 난 내 인생을 사랑하거든. 영화를 만들려면 그동안 내 인생을 포기해야 한다. <인턴>을 만들기 위해 6개월 동안 뉴욕에서 생활했다. 당신은 직장 때문에 6개월 동안 이주해본 적이 있나? 출장이라 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지 않나? 과거에는 일부 장면만 배경이 된 장소에서 촬영을 하면 됐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말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가족과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 이젠 손자도 생겼으니…. 손자와 떨어져 있기 싫다.

-그렇다면 집필만 하고 연출을 다른 감독에게 맡기면 어떤가.

=그러면 재미없잖아. (웃음) 1980년에 딱 한번 그랬는데,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다고 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 분명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남녀가 동등하지는 않다. 할리우드에서도 여성 감독들이 부족하다는 보도가 많은데, 사실이다. 여성 감독은 별로 없다.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요즘 제작되는 많은 슈퍼히어로영화를 연출하고 싶어 하는 여성 감독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여성 감독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슈퍼히어로영화를 연출할 기회가 있다면 하겠는가.

=0%의 관심도 없다. (웃음) 사람들에 대한 영화가 좋다. 나에게 소중하고, 내가 관심 있어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내가 2년마다 한번씩 영화를 내놓지 않나. 35년 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패턴을 지켜왔고.

-포괄적인 질문일지 모르지만, 직장여성이 이 영화를 보고 얻을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누군가가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실제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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