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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융합보다 문화의 융합이 중요하다”

<블라인드> 리메이크영화 <나는 증인이다> 제작한 중국 뉴클루즈 필름 치지 대표

치지 대표

개봉 3일 만에 극장 매출 1억2천만위안 돌파. 10월30일 중국에서 개봉한 <나는 증인이다>(감독 안상훈)의 첫주 성적이 산뜻하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 <블라인드>(제작 문와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한국의 스릴러영화가 중국영화로 리메이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제작사 문와쳐와 함께 <나는 증인이다>를 공동 제작한 사람은 중국의 투자제작사 뉴클루즈 필름(New Clues Film)의 치지 대표다. 1996년 드라마를 제작, 배급하면서 영상 문화 업계에 몸담기 시작한 뒤, 2007년 CJ 차이나에서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의 프로듀서로 참여해 시나리오 각색부터 배우 캐스팅까지 도맡았고, 지난해 투자제작사인 뉴클루즈 필름을 설립해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중국 대표로 선정된 한얀 감독의 <고 어웨이 미스터 투머>의 투자에 참여했다.

-한•중 합작영화 <나는 증인이다>가 개봉했다. 한국의 스릴러 장르가 중국에서 리메이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작 <블라인드>는 컨셉이 신선하고 완성도가 높아 좋아하는 작품이었다. 원작을 제작한 문와쳐의 윤창업 대표를 만났을 때 이 작품을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한국의 스릴러영화가 리메이크된 적은 없었다. 뉴클루즈 필름을 설립했을 때 새로운 장르영화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였다. 한국의 범죄•스릴러영화가 대체로 어둡고 잔혹한 반면, <블라인드>는 인물 설정이나 줄거리가 중국의 엄격한 심의 제도 안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지 않았던 것도 매력적이었다.

-<이별계약>과 <나는 증인이다> 모두 중국에서 화제를 모은 한•중 합작영화다. 한•중 합작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좋아한다. 장르가 다양하고 컨셉이 신선한 작품들이 많다. 이런 점들이 현재 중국영화계에 필요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 CJ 차이나에서 많은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작업했고, 그들 대부분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그런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나중에 한•중 합작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별계약>과 <나는 증인이다>의 합작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두 영화 모두 한국과 중국, 두 국가의 제작진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촬영, VFX 같은 주요 기술 스탭은 한국인이고, 제작부는 중국인이었다. 차이라면 <이별계약>은 한국 스탭이 중국영화에 참여한 방식이었던 반면, <나는 증인이다>는 중국의 뉴클루즈 필름과 한국의 문와쳐가 투자사와 제작사로 결합해 만든 합작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합작영화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어렵다기보다는 중요한 점이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신뢰를 지키는 것이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회사나 팀이 함께 작업하면 갈등과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두가 신뢰를 가지고 해결 방법을 찾는다면 큰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둘째는 통일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두 국가의 스탭은 각자의 시스템과 업무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 연애하는 것처럼 두 국가 스탭들은 서로 타협하고 양보해야 한다.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두가 인지하고 이해하는 업무 공정과 작업 퀄리티에 대한 표준적인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운 좋게도 우리 회사에는 한국과 중국의 영화 작업 환경의 차이를 잘 이해하는 동료가 있다. 중국 영화산업에서 수년간 일한 한국인으로서, 그가 갈등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중국 제작진 역시 풍부한 합작영화 경험을 가진 팀과 함께 작업함으로써 한국 제작진이 중국에서 작업할 때 필요한 요소들을 제공하려고 한다.

-문화도, 언어도 다른 한국 스탭과 작업하는 게 쉽지 않음에도 합작영화를 꾸준히 제작하는 이유가 뭔가.

=합작이든, 중국영화든 끊임없이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다. 크리에이티브적인 면에서나 기술적인 면에서나 서로간의 필요조건만 맞는다면 합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뉴클루즈 필름은 상업적인 장르영화를 투자, 제작하는 회사로 시장 내 성격을 스스로 규정한 만큼 중국 시장에 맞는 스토리와 우수한 감독, 제작사가 있다면 이후의 프로젝트도 합작을 계속하고 싶다.

-지난해 이후로 한•중 합작이 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몇몇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중국 극장가에 개봉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중 합작이 현재 중국 시장의 주요 키워드다. 한국과 중국 영화인들이 열정은 많지만 합작을 다소 쉽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가령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은 같은 감독의 한국영화 <선물>(2001)을 리메이크했다. 처음에는 러브 스토리이기 때문에 심의에서 걸릴 문제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와 소재라고 느꼈지만, 각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원작의 남녀주인공은 자식을 잃은 부부로 아픔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중국의 주요 관객은 연령이 어리기 때문에 이같은 인물 설정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원작의 남자주인공의 직업은 코미디언인데, 중국의 경우는 지역마다 문화가 제각각이라 전국 관객을 아우를 수 있는 직업을 설정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이별계약>은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사랑해 자신의 병을 숨긴다는 설정과 불치병으로 결국 세상을 떠난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내용을 중국 시장의 성격에 맞게 각색했다. 운이 좋게도 오기환 감독님이 잘 이해해주셔서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많은 한•중 합작영화가 각색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제작이 결렬되거나 난항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합작 진행 과정에서 공통된 결정을 내릴 수 없어 진행이 지체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 영화는 단순한 산업 프로세스가 아닌 문화이자 예술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면 서로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시장에 맞는 포용력과 사고를 가지고 협의해야 한다. 어쨌거나 한•중 합작은 표면적으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제로 진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감독, 스탭, 배우의 이동이 많았던 몇년 전의 합작 형태와 달리 요즘은 NEW와 화책미디어, 쇼박스와 화이처럼 자본과 자본의 결합이 눈에 띈다. 이런 형태의 합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합작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합작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화책과 화이 모두 최근에 상장한 회사들로, 주요 업무가 성과를 내야 하고, 안정적인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각각 NEW, 쇼박스와 합작을 통해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다. NEW 와 쇼박스 역시 그들과의 합작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다. 큰 자본과 자원을 보유한 두 상장회사간의 합작이 한국과 중국, 양국의 영화산업에 더 좋은 국면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영화는 한 작품씩 만들어내는 것으로, 각기 다른 두 문화의 융합이 시장이나 자본의 융합보다 더 중요하고, 어렵다.

-앞으로 한•중 합작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나.

=두 국가의 영화인들간의 교류가 많아지는 것만큼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도 그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합작 방식 또한 지금보다 다양해질 것 같다. 합작 시스템이 좀더 안정된다면 제작사와 제작사간의 합작이 더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뉴클루즈 필름의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연말에는 한국 제작사가 개발한 SF액션영화 <리셋>이 촬영을 시작한다. 내년 초에는 한국영화 <숨바꼭질>(2013)을 리메이크하는 영화가 제작에 들어간다. 역시 한국영화 <내가 살인범이다>(2012)의 중국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해 현재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있다. 한재림 감독의 제작사 우주필름과 함께 <춘천 거기>라는 한국 연극을 영화화하려고 한다. 앞으로 한국의 우수한 작가, 제작사와 합작하고, 공동 개발을 통해 양쪽 시장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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