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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이름이 곧 장르가 된 뮤지션

케이 니시노코리 미츠 누자베스 《KEI NISHIKORI meets Nujabes》

본명인 세바 준을 거꾸로 쓴 음악 프로듀서, 누자베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대 초•중반 일본 TV애니메이션 시리즈 <사무라이 참프루>를 본 직후였다. 퓨전 시대극이었는데 재즈 힙합을 일본식으로 해석한 배경음악이 신선했다. ‘대체 누가 만들었지?’ 하면서 사운드트랙을 찾다가 음악감독 중 한명이 누자베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힙합’에 기반을 둔 그의 강점은 오래된 음악 속, 누구도 발견 못한 재즈와 솔을 샘플링하여 소개하는 능력이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랩의 조화는 강하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모습을 힙합의 전부로 알던 사람들조차 푹 빠져들게 만든다. 미국 포크 기타리스트이자 솔 보컬리스트인 테리 칼리어의 명곡, <Ordinary Joe>가 지금 젊은이들에게 알려진 데는 누자베스의 영향이 컸다(물론 원곡도 무지막지하게 아름답다!). <The Final View> 역시 누자베스의 정규 음반을 들은 이래 가장 좋아하는 곡이 되었다. 누자베스의 음반을 꾸준히 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들을 생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2010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

《KEI NISHIKORI meets Nujabes》(2016)는 그의 기존 음악을 모은 편집 음반이다. 그런데 제목 속 ‘케이 니시노코리’는 테니스 선수다. 2015년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직후 귀국 인터뷰에서 “월드투어와 경기 전 누자베스 음악을 자주 들었노라”고 말했다. 누자베스의 팬이란 사실을 밝힌 게 이 독특한 협업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수록곡은 누자베스 하면 떠오르는 차분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족 하나 덧붙이면, 누자베스 6주기가 발매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