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작아 ‘마이크롭’이란 별명이 붙은 다니엘(앙주 다르장)은 날마다 일탈을 꿈꾼다. 어느 날 다니엘의 반에 테오(테오필 바케)가 전학을 온다. 직접 개조한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테오의 취미는 고물상에서 이것저것 주워다 엉뚱한 소품을 발명하는 일이다. 괴짜인 다니엘과 테오는 금세 단짝이 되고, 둘은 직접 만든 자동차로 방학 동안 프랑스 전역을 누비기로 한다.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미셸 공드리의 모든 작품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성장영화다. 감독은, 성장은 적응이 아니라 변화임을 말한다. 고단한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다니엘은 떠날 때와 달리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다. (본인조차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다니엘은 긴 머리카락을 밀어 자신의 성별을 분명히 하고, 왜 쓰는지 모르겠다면서 남들처럼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땅에 묻고 돌아옴으로써 취향도 뚜렷하게 밝힌다. 아웃사이더였던 두 소년이 의젓하게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걸 보여주는 대신 앞으로 자신들이 향할 방향을 선택하는 것으로 끝맺는 결말은 공드리 세계의 확장에 대한 기대를 다시금 품게 한다. 물론 사랑스러운 상상력은 여전하다. 소년들의 모험은 동화 같은 구석이 있고, 집 모양의 자동차는 공간 자체로 초현실적인 무드를 형성한다. 공드리의 현란한 세계에 마음을 주었던 관객이라면 심심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과장된 효과에 가려져 있던 낭만과 오리지널리티가 소박하게 되살아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