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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신작 <샤오린 사커>
2002-03-27

주성치식 코미디의 정수

少林足球

제작 이력지 감독 각본 주성치 출연 주성치, 오맹달, 조미 수입 태원 엔터테인먼트 홍보 영화방 개봉예정 5월17일

“그들이 돌아왔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범상치 않은 사건을 예고하는 순간, 한 청년의 외침이 정적을 깬다. 뒤이어 펼쳐지는 장면은 마침내 기(氣)를 회복한 소림사 출신 축구선수들의 비장한 부활. 다리를 180도로 벌리고 공중에 정지해 있거나 합장자세로 물구나무를 선 그들에게선 진정 아픔을 극복한 축구전사의 풍모가 배어나와야 할 텐데, 너무도, 너무나도, 웃기기만 하다. 어쩌겠는가. 이 영화는 감독도 각본도 주연도 모두 주성치 혼자 다 해먹은 영화인 것을.

홍콩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샤오린 사커>는 주성치의 뻔뻔한 코미디가 극에 달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소림사에서 무공을 수련한 뒤 세상을 무술천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은 청년 씽씽.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은 소림무술 따위 잊은 지 오래다. 그는 왕년의 ‘황금발’ 명봉을 코치 삼아 사형 사제들과 함께 중국 축구대회에서 우승하기로 마음먹는다. 홍보에는 더할 나위 없는 전략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속세에 찌든 사형제들은 좀처럼 예전의 내공을 회복하지 못한다.

말로는 표현 불가능한 이 영화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소림사의 전통을 역시 표면적으로는 진지한 주제에 담으면서 파렴치한 유머를 구사한다. 태극권으로 장엄하게 빚어내는 만두 반죽, 최후의 결전을 앞에 두고 남의 골문 막으러 종종거리며 뛰어가는 골키퍼, 두 남자의 입 안에서 왔다갔다하는 날계란과 그 순간 몸을 파르르 떨며 잔디를 움켜잡는 한 남자의 손등. 무려 600컷을 CG로 작업하고 최대 5천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한 <샤오린 사커>는 예산에 짓눌리지 않는 주성치의 카리스마가 유감없이 발휘된, 흥행 1위가 부끄럽지 않은 영화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