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은 <추격자>(2008), <황해>(2010)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남 곡성. 경찰 종구(곽도원)는 마을에 사람이 죽었다는 보고를 받고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며칠이 지난 뒤 화재 사고가 나 집이 불에 타고 사람이 또 죽는다. 또, 한 마을 남자는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팬티만 달랑 걸친 일본 노인(구니무라 준)이 산짐승의 내장을 파먹는 걸 우연히 목격하고 기겁한다. 살인, 화재, 자살 등 온갖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마을은 뒤숭숭해진다. 자살로 죽은 여자의 집 앞을 수사하고 있던 종구는 사건을 목격했다는 정체불명의 여자 무명(천우희)을 만난다. 무명은 일본 노인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종구에게 알려주고, 종구는 일본 노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때 종구의 딸 효진의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종구는 일본 노인의 집을 찾아가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딸을 치료하기 위해 무당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을 한다. 이 영화는 마을에 도는 소문과 그 소문으로 인한 사람들의 의심이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선과 악의 구도가 분명하고, 가해자가 벌인 폭력과 살인으로 서스펜스를 구축했던 전작 두편과 달리 <곡성>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체가 불분명한 폭력(악)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오컬트 장르를 통해 선과 악 그리고 종교가 가진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추격자>와 <황해>, 두 작품 연달아 작업해 익숙한 김윤석과 하정우 대신 곽도원, 천우희, 황정민, 구니무라 준 같은 이제껏 한번도 작업하지 않은 배우들과 함께 내놓은 결과물도 꽤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