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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막아놓지 못한 구멍에서 마주친 ‘의문의 눈’ <노조키메>
김수빈 2016-08-10

<노조키메>

주택가 추락사고를 보도하게 된 방송국 리포터 미시마(이타노 도모미). 사고로 죽은 남자의 집을 찾은 미시마는 비정상적인 광경을 목도한다. 하수구 구멍, 창틈, 벽장 틈 등 집 안 곳곳의 틈이 테이프로 메워져 있었던 것. 피해자의 여자친구 카즈요는 미시마에게 얼마 전 죽은 남자친구와 함께 로쿠부 고개에 다녀왔음을 털어놓는다. 그곳에서 노조키메라고 불리는 소녀의 망령을 본 후, 틈새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환각에 줄곧 시달려왔다는 것이다. 카즈요 또한 얼마 못 가 사고로 죽고 만다. 미시마는 호러 소설을 쓰는 남자친구 신지(시라이시 야)와 로쿠부 고개로 향한다. 미시마가 고개 너머 마을의 흔적을 더듬는 사이, 신지의 눈에 기모노를 입은 여자아이가 들어온다.

호러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장르 소설의 거장 미쓰다 신조의 <노조키메>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노조키메’(のぞきめ)는 ‘엿보는 눈’이라는 뜻으로, 주변 공간의 틈과 익숙하게 체감하는 타인의 시선이 공포의 근원이 된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타인의 시선은 지극히 내면적인 것이다. 이처럼 <노조키메>에는 일상적인 공간과 인간 본연의 습성에서 낯선 공포를 조성하는 정통 J호러의 인장이 선명히 찍혀 있다. 호러에 토착 민담을 엮어내는 미쓰다 신조의 장기는 영화에서 적극 활용된다. 고립된 마을과 배타적인 주민들, 그리고 현지 사정에 밝지 못한 외지인의 방문은 호러영화의 클리셰다. 하지만 영화 속 무대가 근대의 산촌으로 확장되면서 이야기가 전하는 감흥은 한층 풍부해진 느낌이다. 벌겋게 충혈된 미지의 눈, 결정적 순간의 방울 소리, 허리가 뒤틀린 망자의 자세 등 시청각적 공포도 놓치지 않는다. 정작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의 광기가 극에 달하는 장면으로, 공감을 기반으로 한 공포가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귀신이 등장하기 직전 주인공을 향한 빅클로즈업숏이나 시공간이 뒤바뀔 때의 다소 어색한 CG는 1990년대 후반의 일본 호러영화를 상기시킨다. 일본의 인기 걸그룹 AKB48 출신의 이타노 도모미, <간츠>(2011)의 시라이시 야 등 일본영화계의 차세대 주자들이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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