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겨울방학 최고의 놀이는 눈싸움이었다. 폭설로 덮인 작은 마을에 사는 루크(이지현)와 친구들에겐 더욱 그렇다. 방학 첫날,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눈싸움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의젓하고 늠름한 루크와 창의력 대장 소피(김경희)가 각각 팀을 맡는다. 루크팀이 수적으로 우세하지만 소피팀엔 뛰어난 지략가 프랭키가 있다. 대결의 형세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가운데 2주간의 방학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1984년 캐나다에서 제작된 앙드레 멜랑송 감독의 <꾸러기 전쟁>을 리메이크 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겨울방학을 맞은 루크와 친구들이 편을 가르고 며칠에 걸쳐 눈싸움을 한다. 견고한 외양의 얼음 요새를 비롯해 잡다한 사물들로 만든 창의적인 무기들이 등장하고 또 온갖 전략이 난무하면서 아이들의 눈싸움은 단순한 놀이에서 대형을 갖춘 전투로 변해간다. 자만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오고, 최악의 순간에 반전의 길이 열린다. <손자병법>에나 나올 듯한 교훈들도 함께한다. 승리에 대한 욕심이 아이들의 마음을 잠식해나가지만 결국 모두들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승패에 연연하는 자세를 버린다. 활기 혹은 살기 넘치는 전선에도 보편적인 사춘기 경험의 단편들이 곳곳에 담긴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겉돌다가도 작은 장기 하나로 금세 친구들과 가까워지거나 좋아하는 상대를 일부러 멀리하거나 난데없이 찾아온 첫 상실의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들이 그렇다. 간간이 흐르는 틴에이지 팝들이 극의 분위기를 솜씨 좋게 띄운다.